Exhibitions Exhibitions 2018 제11회 전주국제사진제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열화당 기획 / 서학동사진관, 온그라운드 갤러리 후원
장 소 / 서학동 사진관 (전주시 완산구 서학로 16-17) 문 의 / 서학동 사진관 010-3683-2730 / 열화당 031-955-7000
2017.05.17WED ~ 06.03SAT
서학동사진관 오시는길 자세히보기전주 서학동 한옥에서 다시 만나는 존 버거의 드로잉
2017년 3월 9일부터 4월 7일까지 약 한 달간 서울 창성동 온그라운드갤러리에서 열린 존 버거(John Berger, 1926-2017)의 드로잉전 「존 버거의 스케치북」이 아쉽게 막을 내렸다. 평소 그를 책으로 접하며 좋아했던 독자들뿐만 아니라 그를 몰랐던 사람들도 소문을 듣고 모여들었고, 전시 막바지에 이르자 연장을 요청하는 이들이 많았다. 관람객 수를 생각한다면 서울에서 연장전을 가져야 하겠지만, 소수이더라도 서울 전시를 찾기 어려운 지역의 관람객, 독자와 만나기 위해 전주 서학동사진관에서의 지방 순회전을 마련했다.
서학동사진관은 전주 한옥마을에서 전주천 남천교를 건너면 나오는 서학동에 위치해 있는데, 골목 끝 한옥을 개조한 작지만 아름다운 전시장이다. 오월의 봄, 우리 살림집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살린 공간 속에서 존 버거의 드로잉과 책들을 다시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우리 같은 드로잉을 하는 사람들은, 관찰된 무언가를 다른 이에게 보여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계산할 수 없는 목적지에 이를 때까지 그것과 동행하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
—존 버거, 『벤투의 스케치북』 중에서
2004년부터 존 버거의 책을 출간해 온 열화당에서 그의 오리지널 드로잉 60여 점을 중심으로 마련한 이번 전시는, 원래 작년 11월 그의 90세 생일을 기념해 준비했으나, 여러 사정으로 올 봄으로 미뤄졌었다. 지난 1월 2일 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추모의 의미를 함께 담게 되었지만, 그가 평생 동안 함께하고 탐구해 온 ‘드로잉’에 대한 생각들을 따라가 보는 것이 이번 전시의 주제다. 전시에 맞춰 존 버거의 마지막 에세이집 『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Confabulations)』와 그의 평생의 동지였던 사진가 장 모르(Jean Mohr)가 오십 년 동안 찍은 존 버거의 초상사진집 『존 버거의 초상(John by Jean)』이 함께 출간되었다.
존 버거는 1950년대 초, 화가이기를 포기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재능이 없어서가 아니라, 당시 핵전쟁의 위기에 대응하는 직접적인 방법으로 인쇄매체와 글이 더 빠르고 적합하다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결코 ‘드로잉’만은 멈추지 않았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1953년 『뉴 스테이츠먼(New Statesman)』에 기고한 「드로잉은 발견이다(Drawing is Discovery)」라는 글에서 그는 드로잉이 다른 시각예술과 어떤 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른지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예술가는 유화나 조각 작품을 완성할 때, 어떤 대상을 견고하게 재창조하고 그 안에 들어가려 하지만, 드로잉은 대상을 통과해 지나간다. “드로잉은 어떤 사건을 발견해 가는 자전적인 기록이다. 직접 보는 것이든, 기억에 의존한 것이든, 상상한 것이든 말이다.”
또한 드로잉은 간략하고 즉각적인, 무엇보다 아주 사적인 작업으로,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엇과 소통하기 위해서 한다. 드로잉 앞에서 우리는 그림 자체보다는 그것을 그린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화가의 눈이 지나간 자리와 경험을 따라가게 된다. 바로 이 때문에 일반인들과 달리 예술가들은, 자신이 존경하는 예술가들의 대표작보다 드로잉을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존 버거가 드로잉을 지속했던 이유 역시, 그것이 글쓰기와 더불어 소통과 발견을 위한 적절한 방식이었다는 데 있다.
존 버거는 자신의 에세이와 소설 속에 직접 그린 드로잉을 자주 삽입하곤 했다. 『A가 X에게』에서 아이다는 감옥에 갇힌 사비에르에게 자신의 손 그림을 편지에 그려 보내고, 『벤투의 스케치북』에서는 스피노자의 눈을 빌려 그림을 그린다. 베벌리를 위해 쓴 『아내의 빈 방』과 그의 마지막 에세이집 『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에서 글과 그림은 동등한 ‘텍스트’로서 함께 흐른다. 2011년 『벤투의 스케치북』을 내고 한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제겐 아직도 어려운 글쓰기와 달리, 드로잉은 하면 할수록 조금씩 쉬워집니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는 그래요.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할 때, 귀가 먹먹해지고 새로운 생각들이 잘 들리지 않으면, 매일 그림을 그립니다. 드로잉은 어떤 사물이나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할 수 있는 아주 귀한 방법입니다. 이야기를 쓰는 것(storytelling)과 다르지 않죠.”
60여 년 전, 커다란 캔버스와 유화물감이 가득한 아틀리에를 떠나, 가벼운 스케치북과 목탄을 챙겨 들고 세상 밖으로 나간 존 버거. 그에게 드로잉은 지도를 읽는 행위였고, 서로 다른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소통할 수 있는 근원적인 언어였다. 드로잉은 우리의 빈약한 어휘의 한켠을 메워 주는 또 다른 언어다.
이번 전시 「존 버거의 스케치북」은, 드로잉에 대한 그의 오랜 생각들을 그의 그림과 글을 통해 따라가 보는 자리로, 오리지널 드로잉 60여 점을 책 속 글귀들과 함께 펼쳐 보인다. 『벤투의 스케치북』에 수록된 그림 38점, 『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 중 「망각에 저항하는 법」에 실린 8점의 그림과 친필 원고, 그리고 그의 아내 베벌리에게 바쳤던 아름다운 드로잉 11점, 드로잉 노트 1권으로 구성된다. 십여 년 동안 열화당과 특별한 관계를 맺으며 보내온 드로잉과 선물들도 함께한다.
그의 죽음을 맞아 그를 사랑하고 존경했던 국내외 여러 분들의 글을 모아 추모의 자리를 한켠에 마련했다.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유족이 보내온 장례식 사진과 기록들 일부도 전시장에 소개된다. 이 모든 내용들은 전시 및 추모 특집호로 발행된 『책과 선택』에 수록되어 함께 읽고 나눌 수 있도록 했다.
존 버거가 우리에게 남기고 간, 말해질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말걸기, 눈길을 따라 손끝에서 탄생한 외양의 텍스트, 이미 우리 안에 내재된 그 언어에 각자의 상상력으로 화답할 수 있길 바란다.
존 버거
김현우 옮김
140×220mm, 양장, 120면, 15,000원
“언어는 하나의 몸이며, 살아 있는 피조물이다.… 그리고 이 피조물의 집은 발화된 것뿐만 아니라, 발화되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
찰리 채플린의 몸짓 언어, 수영장의 유리 지붕 위로 떨어지는 나뭇잎의 언어, 바다로 돌아가는 장어의 언어, 그리고 노래의 언어…. 존 버거는 모두가 이해하고 있지만 한 번도 말해진 적 없는 그 언어들 안에서 희망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언어가 사고와 어떤 연관을 가지는지, 예술과, 노래와, 이야기하는 행위와, 오늘날의 정치적 담론과 어떤 연관을 가지는지 말이다. 짧거나 긴 에세이들에는 그의 드로잉과 메모, 회상은 물론, 알베르 카뮈부터 전 세계적 자본주의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대한 그의 사려 깊은 생각이 담겨 있다. 영국 작가 저넷 윈터슨의 표현대로 “그는 화가가 물감을 다루듯이 생각들을 다루고” 있다.
존 버거(John Berger, 1926-2017)는 런던 출생으로, 미술비평가, 사진이론가, 소설가, 다큐멘터리 작가, 사회비평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처음 미술평론으로 시작해 점차 관심과 활동 영역을 넓혀 예술과 인문, 사회 전반에 걸쳐 깊고 명쾌한 관점을 제시해 왔다. 중년 이후 프랑스 동부의 알프스 산록에 위치한 시골 농촌 마을로 옮겨 가 살면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농사일과 글쓰기를 함께해 왔다. 저서로 『피카소의 성공과 실패』 『예술과 혁명』 『다른 방식으로 보기』 『본다는 것의 의미』 『말하기의 다른 방법』 『센스 오브 사이트』 『그리고 사진처럼 덧없는 우리들의 얼굴, 내 가슴』 『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 『모든것을 소중히하라』 『백내장』 『벤투의 스케치북』 『아내의 빈 방』(공저) 등이 있고, 소설로 『우리 시대의 화가』 『그들의 노동에 함께 하였느니라』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G』 『A가 X에게』 『킹』 등이 있다.
장모르가 찍은 오십 년 우정의 풍경
신해경 옮김
180×235mm, 양장, 168면, 37,000원
사진가 장 모르와 작가 존 버거는 창의적 협력자이자, 오십 년 넘게 우정을 이어 온 막역한 사이였다. 『행운아』 『말하기의 다른 방법』 『제7의 인간』과 같은,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는 동시에 독자와 평단의 극찬을 받은 책들을 함께 만들었다. 이 책은 1960년대부터 찍은 수백 장의 사진에서 장 모르가 직접 가려 뽑아 친구에게 바친 일종의 헌사로, 미술비평가, 화가, 소설가, 농부로서의 모습과 더불어, 그를 중심으로 한 가족들의 초상이기도 하다. 반세기 동안 제한 없는 특권을 부여받은 장 모르만이 완성할 수 있는, 위대하면서도 평범했던 한 작가의 꾸밈없는 기록이다.
장 모르(Jean Mohr, 1925- )는 스위스 제네바 출신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제네바대학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고 파리 줄리앙 아카데미에서 그림을 공부한 뒤 서른 살이 되어서야 직업 사진가가 되었다. 초기에는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 유엔팔레스타인난민구호사업기구, 세계보건기구 등 세계 인권기구들과 함께 일했다. 존 버거와 『행운아』 『제7의 인간』 『세상끝의 풍경』 『말하기의 다른 방법』 등을, 에드워드 사이드와 『마지막 하늘이 지난 후』를 공동작업했으며, 오십 년에 걸친 팔레스타인 난민 기록에 대한 회고록 『나란히 또는 마주보며』를 냈다. 1964년에는 동시대 주요 스위스 예술가 오십 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되었고, 1978년 쾰른에서 인권 문제에 참여도가 높은 사진가에게 주는 상, 1984년에는 로잔에서 연 전시회 「그것은 내일이었다」로 현대사진가 상을, 1988년에는 제네바 조형예술 상을 받았다. 그의 작품은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을 비롯한 여러 미술관에 전시되고 있다.
1996_Quincy
1999-1_photo by Jean Mohr
1973_At the Frankfurt Book Fair_photo by Jean Mohr
벤투의 스케치북 사랑의 파슬리
벤투의 스케치북26쪽 시작은이랬다
벤투의 스케치북115쪽 붓꽃
벤투의 스케치북 146쪽
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 110쪽 클레마티스의 텍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