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초대전 2026 제19회 전주국제사진제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초대전 1.
서풍부(西風賦)

전시 개요
  • 참여작가: 9인 김녕만, 김경희, 김미자, 김혜식, 서동훈, 이경환, 안상영, 이종경, 정옥영
  • 장소 : 복합문화공간 공감선유(군산) / 전북특별자치도 군산시 옥구읍 수왕새터길 53
  • 전시일시 : 4월 10일(금)- 5월 10일까지(일)
  • 아트스트 토크 : 5월 5일(화) 오후 3시
전시 서문

〈서풍부(西風賦)〉
-꽃인 듯 눈물인 듯 이야기인 듯-

“너도 아니고 그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라는데.. 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 간다 지나간다. 환한 햇빛 속에 손을 흔들며...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라는데..” (김춘수, 「서풍부」 중)

〈서풍부西風賦〉는 말 그대로 ‘서풍(West Wind)’에 바치는 송가다. 코로나 이후 계속되는 국내외의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주 길이 보이지 않는다. 4월의 노란 안개바람은 온통 엘리엇의 ‘황무지’ 바람 같다. 그러나 우리는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길 없는 길에 또 다른 길을 내어보려 한다. 이번 제19회 전주 국제 포토 페스티벌은 전주와 군산을 잇는 특별한 전시코스를 마련했다. 4월 전주 국제 포토 페스티벌과 연계하여 군산의 문화공간 ‘공감선유’에서 전시를 열게 되어 기쁘다. 오랜 역사를 가진 교토나 아를의 사진축제가 부러웠는데, 이제 백제의 고도 전주와 근대유산을 간직한 군산을 예술이라는 통로를 통해 하나로 잇게 되었다. 숨어있는 역사와 시대의 별자리를 찾아 하룻밤 조촐한 객사에 머물며 이야기를 풀어내는 전시 투어가 되었으면 한다.
이 자리를 위해 애써주신 전주 포토 페스티벌의 박승환 운영위원장님과 물과 하늘과 여백의 건축 미학을 지닌 ’공감선유‘를 기꺼이 내어주신 유우종 대표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특히 2022년 동강사진상 수상자이자 우리 산업화 시대의 기록을 담아오신 김녕만 선생님의 저서 『사진의 향기』를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게 되어 더욱 뜻깊다. ‘예술을 삶처럼, 삶을 예술처럼’ 살아가고자 했던 세 분의 가치관을 마주하니 마음이 뜨거워진다. 이러한 만남은 단순한 전시를 넘어 우리가 예술을 어떻게 향유하는가를 다시 묻게 한다.
예술은 종종 쓸모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 무용함이 자본 시대의 경쟁 논리를 넘어 새로운 길을 낸다. 세계의 불안과 소외되어 가는 개인의 고독과 고통을 누구보다 예민하게 느끼는 아홉 명의 작가 - 김녕만, 김경희, 김미자, 김혜식, 서동훈, 이경환, 안상영, 이종경, 정옥영- 의 이미지는 세상의 소란스러운 시절에 맞선 작은 투쟁의 흔적일지도 모른다. 예술을 한다는 것은 세상에 ‘없는 길’을 내는 일이다. 하나의 완결된 결말이 아니라 끝없이 확장되고 변주되는 ‘무한화서(無限花序)’의 세계, 사물과 세계가 피어나는 가능성의 길이다. 사진 작업은 언제나 삶의 길에서 시작된다. 길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또 다른 길을 낸다.
이들의 작품에는 기억과 꿈과 환상, 아득한 무의식이 담겨있다. 상징과 알레고리로 빚어낸 김경희와 안상영의 흔들리는 정물에서 우리는 환상과 실존의 모순을 본다. 정옥영의 사각의 틈으로 숨어버린 골목길, 김혜식이 찍은 시인의 밥그릇과 이종경의 ‘X의 시선’. 살아있는 인간이든 부스러진 나비든, 물성을 가진 존재들이기에 연민이란 애련한 것들이 담겨있다. 정교한 ‘책가도’를 불러들인 김미자와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을 호명한 이경환의 작업은 언어와 정보라는 욕망의 극지에서 진리의 부재와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을 상징적 이미지로 선보인다. 각각의 이미지에는 제 몸 안에 숨어든 이야기가 있다. 어쩌면 관객들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세헤라자드처럼, 나른한 봄날에 한껏 꿈에 취해보는 이야기꾼이 되는 것도 좋겠다. 나비를 불러들인 서동훈의 꽃의 풍경은 실존의 조건을 음미하게 한다. 사랑이라는 것, 수동성의 세계에 날아드는 능동의 세계, 이 어찌 아름답지 아니한가.
아른거리는 봄날, 푸른 시간에 취해버린 나비 떼들과 취한 듯 흔들리는 식탁 위 미물들 사이에서 차라리 혼곤한 춘몽에 빠져 잠시 푸른 청춘을 즐겨보면 어떨까. 황무지 바람이 부는 4월에는 <서풍부>의 노래 한가락이 필요한 시간이다. 내 안에 잃어버린 또 다른 나를 만나고 당신을 만나는 길이 되기를 바란다.

작가

김녕만

작품세계

시간의 향기를 따라서
오래전 떠난 시간의 향기는 지나간 시간을 꺼내 더듬어볼 수 있게 하는 사진에 머문다. 사람과 풍경은 사라졌어도 눈빛과 체취는 남아 오늘을 응시한다. 어찌 우리가 늘 행복할 수만 있었으랴. 아니, 어찌 우리가 늘 고단하고 서럽기만 했으랴. 어쩌다 발견하는 책갈피 속마른 꽃잎처럼 한순간 박제된 시간의 봉인을 해제하는 사진. 흘러간 순간은 더 이상 기쁨도 슬픔도 아닌 채 다시 돌아갈 수 없어 편안하고 그러므로 마음껏 그립다. 주로 1970년대에 촬영한 사진과 글이 중앙SUNDAY에 "사진의 기억"이란 제목으로 2년간 격주로 연재될 때 과거로 떠나는 기차표를 선물받는 것 같다던 지인의 글을 비롯해, 한때의 기억을 소환하며 보내온 여러분의 댓글도 말미에 심는다. 아직도 향과 색이 은은하고 희미하게 남은 마른 꽃잎 같은 우리의 지난날을 공유하고 싶어서다.

약력

김녕만은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중앙대 사진학과와 신문방송대학원을 졸업했다. 2022년 동강사진상, 2005년 제 21회 일본 히가시카와 국제사진페스티벌 해외작가상 등을 수상하였다. 동아일보 사진기자로 재직 시 1980년 오월 광주 민주화운동 취재, 1983-1994년 판문점 출입기자, 1994-1999년 청와대 출입기자로 활동하는 등, 한국현대사의 역사적 현장을 밀착 취재했다. 김녕만의 이력은 곧 대한민국 현대사의 궤적이다. 그는, 기록의 의무를 넘어 삶의 본질을 투영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2001년부터 2015년까지 <월간 사진예술> 발행인으로 한국사진계의 사진적 지평을 넓혔고 중앙대학교, 상명대학교 한국종합예술학교 영상원에서 후학을 양성해온 그는, 최근 <사진의 향기>를 통해 우리 근현대사가 품은 질곡과 기쁨을 한 편의 시처럼 펼쳐 보였다. 그의 사진은 단순히 과거의 증거가 아니라, 시대를 견뎌온 이들의 숨결과 온기를 전하는 향기로운 기록이다.

김녕만,사진의 향기-65, pigment print, 120x100cm

김녕만,사진의 향기-103, pigment print, 120x100cm

작가

김경희

작품세계

는 바닥에 사물들을 배치하고 부감 촬영한 정물 사진 시리즈이다. 다시 말해 바닥 위에 종이나 천을 이용해 테이블, 벽, 바닥, 하늘이 있는 공간을 연출하고, 그 위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활용 병, 그릇, 꽃, 음식 등을 여러 시점이 혼합된 형태로 배치한다. 카메라는 바닥과 직각으로 고정되며, 카메라와 연결된 PC 화면을 보며 사물들을 세밀하게 조정하며 촬영한다. 이러한 실제 공간에서의 물리적 조작을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는 새로운 시각적 환영을 만들어낸다. 응고된 액체가 담긴 병은 누워있지만 서있는 것처럼 보이고, 사물의 아래에 배치한 망사천은 그림자처럼 기능하며, 연결된 가지와 잎은 하나의 개체로 인식된다. 이는 현실과 이미지 사이의 경계를 흔들며, 우리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나 이 작업에서 더 중요하게 고려하는 점은 사진의 시각구조, 즉 카메라의 매커니즘적 한계인 단일 시점을 극복하는 것이다. 비스듬히 본 테이블 위에 옆에서 본 병과 위에서 본 접시를 함께 배치하는 방법으로 동일한 이미지안에 서로 다른 시점을 적용한다.
우리는 고정된 자리에서 한 눈을 감고 짧은 시간 동안만 세상을 보지 않는다. 우리는 세상 속에서 움직이며, 다양한 시점과 시간의 흐름 속에서 세계를 인식한다. 는 사진의 전통적 시각의 틀을 확장하여 이동하는 시각(다시점의 시각)을 사진매체에 접목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그리고 단순히 사물과 공간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성찰이다.

약력

김경희(Kim, Kyunghee)는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에서 사진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다. 2021년 첫 개인전 <쁘티 레퍼토리(Petit Repertory)>를 시작으로 <쇠락 속에서(In Dilapidation), 2022)>, <사람의 나무(Tree of Men), 2023> 그리고 <종이 날개(Paper Wing), 2023>로 4회의 개인전을 하였고,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2022년 개인전과 동명의 사진집 『쇠락 속에서(In Dilapidation) 』를 출간하였다. 일상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사물들을 새롭게 지각하는 데 도움을 주는, 즉 인상적이고 무의식을 관통하는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을 추구한다. 2025년부터 사물을 바닥에 배치하고 부감촬영한 정물사진으로 전통적 시각의 틀을 확장하여 이동하는 시각(다시점의 시각)을 사진매체에 접목하고 있다.

Lying lying Table_24_Fall#4_100x75cm_Pigment Print on Paper,2025

Lying lying Table_Spring #7, 2026, Pigment Print on Paper, 100x75cm

작가

김미자

작품세계

책가도(冊架圖)의 책장은 여러 칸으로 나뉘어져 각각 독립적인 공간으로 볼 수 있다. 이 작은 공간은 책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물로 채워지며, 각자의 의미를 품는다. 혹자는 민화 책가도가 개인의 정서에 집중하는 서양 회화와 달리 우리 그림은 철저히 내용과 형식을 중시하며 공동체의 가치와 미감을 담아낸다고 말한다.
방 안에는 늘 책장이 놓여 있었다.시간이 지나며 그 속의 내용물은 바뀌어 갔지만 그들은 파수꾼처럼 나를 지켜주고 있었다. 책장의 책들과 사물은 변하지 않는 듯 변해갔다. 해가 바뀌며 조금씩 빠져나가는 것들과 다시 들어오는 것들로 그 모습은 사뭇 많이 달라져 갔다. 유년 시절의 책장은 또래의 아이들과 유사한 모습의 책들로 나열되기도 했지만, 성장하며 그 공간들은 점점 ‘나의 것’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굳이 의도한 것이 아니라면 같은 모습을 한 책장은 존재치 않을 것이다. 책장의 한 공간을 한 개인 혹은 한 가정의 아이덴티티로 바라보기 위해 나는 모든 공간을 정 중앙, 정면에서 바라보았다. 무언가를 과시하려는 듯 놓여있는 사물들…, 책장에 있어야 할 것이 꼭 책일 필요는 없었다. 나는 책장을 통해 사물을 이해하고, 책장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기로 했다. 매일의 소소한 풍경, 버려지는 것들과 다시 채워지는 것들, 일상에서 반복 되어지는 삶 속에서 변화해 가는 세상을 책가풍경으로 채워 나간다.

약력

김미자는 사진을 통해 기억이 어떻게 축적되고 서서히 사라지는지를 탐구한다. 이미지를 재구성하고 병치함으로써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경험을 연결하며, 절제된 화면 안에 일상의 고요한 고독과 감정의 여백을 담아낸다. 그의 작업에서 사물과 공간은 기억의 흔적을 품고 있음을 보여주며, 사진을 단순한 기록을 넘어 시간이 머무는 장소로 확장시킨다. 대표 작업인 『책가풍경』은 전통 회화인 책가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연작이다. 책장과 그 안에 놓인 사물들을 통해 일상의 물건 속에 드러나는 개인의 정체성과 시대의 분위기를 비춘다. 이 작업은 편리한 생활을 추구하는 일상의 변화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돌아보며, 그로 인한 문제를 성찰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는 2022년 첫 개인전을 개최하였으며, 이후 국내외 여러 초대전과 그룹전에 참여하고 있다.

김미자, 픽셀의 재구성#01, 60x40cm, pigment print, 2022

김미자, 픽셀의 재구성#02, 60x40cm, pigment print, 2022

작가

김혜식

작품세계

시인의 '밥그릇'으로부터
시인 유치환의 생가에 전시되어 있는 엎어진 밥그릇, 그가 생전에 밥을 먹던 그릇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의 대표 시로 남은 '행복'이나 '깃발' 혹은 '생명의 서'를 기억하는 동안 나는 그의 시 '밥그릇'에 마음을 빼앗겼다. 시인은 고봉밥처럼 시를 담고 싶었을 것이다.
시는 밤마다 밥그릇을 엎었을 것이다. 아니면 밥그릇이 시를 엎었거나ㅡ이제는 시를 담았던 그릇으로 남았다..

약력

김혜식은 공주지역에서 30년째 살면서 사진가와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혜식은 주로 공주를 소재로 집단의 기억을 다루는 직업을 시도하여 16회 개인전과 공산성(2008, 눈빛) 사진집 이외에 3권의 사진집을 출판했다. 그 외 '쿠,바로 간다'(2012, 푸른길) 외 6권의 포토에세이와 민들레꽃(2020, 솔), 아바나 블루스(2023, 천년의 시작) 2권의 시집을 출판했다. 2023 공주문화관광재단에서 '이 시대 사진작가'로 선정되어 공주 유물을 중심으로 한 ‘수장고 독 전’을 고마아트센터에서 기획전시 하였다. 최근 전시로는 2025 [기억의 바깥]을 충남재단 지원으로 개인의 기억을 중심으로 한 전시를 하였다. 2024 KOWPA 여성국제사진제를 비롯한 여러 국제전과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시인의 밥그릇으로부터,120 x 82cm, UV Print, 2024

베를린을 담은 항아리로 부터,120 x 82cm, UV Print, 2024

작가

서동훈

작품세계

「꽃과 나비를 위한 송가」
나의 작업은 ‘사라짐’을 통해 생을 다시 묻는다. 니체가 말한 디오니소스적 긍정이다. 디오니소스적 긍정은 삶으로부터 오는 고통과 파괴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마저 포함한 채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말하는 태도다. 꽃과 떨어진 나비의 날개는 결핍의 표지가 아니라 생성의 다른 국면이다. 2024년 니체의 <비극의 탄생>을 읽게 되면서 나의 작품시리즈 <애도일기>는 (부활Resurrection)로 옮겨갔다. 니체의 영원회귀는 동일한 것이 반복된다는 교리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다시 선택할 수 있을 만큼 강하게 긍정하라는 요청이었다.
나의 <꽃시리즈>는 바로 그 질문 앞에 선다. 나의 시든 꽃과 나비의 파편들은 사라짐이 아니라 오히려 형식의 껍질을 벗고 순수한 힘으로 남는다. 부스러지는 꽃과 나비 떼지만 그 안에는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이 잠재한다. 사라짐과 새로운 창조의 긴장은 비극의 구조와 닮아있다. 사라짐은 또 다른 생을 더 강하게 긍정하는 조건이 된다. 니체적 의미에서 부활은 영혼의 귀환이 아니라 힘의 재배치다. 생은 사라지지 않는다. 삶의 형태가 바뀔 뿐이다. 나의 꽃 시리즈는 바로 그 전환의 순간을 붙잡는다. 부활은 미래의 사건이 아니라, 소멸의 한가운데서 이미 일어나고 있다.

약력

서동훈의 본업은 자동차엔지니어이지만 온 마음으로 사진 작업을 하고 있다. 2019년 개인전, 2020년 초대전, 2022 진주사진축제에 참가했으며. 2020, 2021, 2022, 2023년 뉴포토그래퍼-텐보이스 그룹전 등 다수의 그룹전을 참여하며 사진 활동을 하고 있다. ‘죽은 꽃들’에 대한 연작시리즈를 계속하고 있다. 개인전으로 2020년 모리스 갤러리에서 <애도 일기>를, 2025년 8월 인사동 오미갤러리에서 애도에서 부활을 꿈꾸는 을, 2025년 8월 공주 눈갤러리 초대전을 진행했으며, 2026년 3월 갤러리 탄에서 <나의 게니우스에게>로 꽃과 나비를 위한 작업을 선보였다.

애도일기1, 80x120 pigment print, 2024

애도일기2, 80x120 pigment print, 2024

작가

이경환

작품세계

도시인간
현대사회는 급속한 산업화, 도시화로 인해 대규모의 조직과 복잡한 사회구조를 특징으로 하며 개인은 종종 그 속에서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도시의 익명성 속에 서로 무관심해지고, 분업화⸱기계화 등으로 노동이나 사회적 역할이 단순화되면서 자신의 존재가치와 의미를 잃어가고 사회적 소속감도 떨어지게 된다.
개인의 삶은 기계적이고 비인격적으로 변해가고 있으며, 경쟁적인 사회구조는 사람들 간의 관계를 대립적으로 만들고,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초연결사회가 되었지만 피상적 관계 속에서 오히려 피로감을 느낀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정보와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과도한 경쟁은 심리적 불안감을 유발하고 개인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며, 효율성과 생산성의 중시는 획일화된 가치관과 기준을 강요하고 개인의 다양성과 개성은 무시된다. 이번 전시 작품은 자본주의체제 속 인간들의 모습을 디지털 이미지로 구현한 작품들이다.

약력

이경환은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전투기조종사로 복무후 (예)공군준장으로 전역하였다. 이미지인문학 수강을 계기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주로 야생화, 나무, 숲, 갯벌과 같은 자연생태 사진촬영과, 자본주의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주변의 모습들을 비판적 시각의 디지털이미지로 제작하는데 관심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3회의 개인전과 부산국제사진제, 대전국제사진축제 등 수십회의 단체전에 참가하였다.

#1 The Library of Babel, 80x120cm, pigment print, 2020

#2 Cityscape, 80x120cm, pigment print, 2020

작가

안상영

작품세계

덧없고 아름다운, 나의 헤테로토피아
나의 어린 왕자 영어 읽기 경험은 나만의 '헤테로토피아'로 찾아드는 순간이었다. 그것은 어린 왕자와 내가, 우리 만의 작은 별로 떠나는 시간이었다.
그 별들은 Tame, Ephemeral, Invisible이라는 세 개의 단어로 내 마음 속에서 빛난다.낯선 언어의 세계에서 낯선 나 자신을 마주한다. 어린 왕자가 여우에게서 배운 Tame은 관계 속 에서만 의미를 드러낸다. 어린 왕자와 꽃이 서로를 길들여 가며 새로운 세계를 알아가듯, 낯선 단어들 속에서 또 다른 세계를 열어간다. 단어들은 얼마나 놀라운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나의 작품 속에서 꽃과 배경은 서로를 Tame길들이며 그들만의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그들의 세계는 Ephemeral - 덧없고 순간적이다. 시간에 따라 빛이 달라지고 색이 변하며, 관계의 온도도 달라진다. 그 덧없음 속에서 Invisible -보이지 않는 감정과 기억이 쌓여 잊을 수 없는 풍경이 된다. 작품 속 꽃병은 변하지 않지만, 배경색이 바뀔 때마다 꽃은 전혀 다른 감정을 드러낸다. 붉은벽 앞에서는 생의 열정을, 푸른 천 앞에서는 고요한 사색을, 검은 어둠 속에서는 기억을 머금는다.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관계, 덧없지만 순간마다 피어나는 의미들.
그것들이 모여 나만의 작은 우주를 만든다.

약력

생명을 살리고 건강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다. 주변의 사물과 꽃을 접 하고 있을 때, 시민대학에서 포토에세이에 이끌려 인문학 사진 수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현재 사진 그룹 ‘블룸즈버리 수요코무네’와 활동하고 있다. '민달팽이에게 도달은 의미 없다'라는 시어처럼 과정이 곧 존재의 의미임을 몸으로 체험하며, 요즈음 영어원서 카프카의 <소송>에 빠져 있다.

덧없고 아름다운 1, 60×40cm, pigment print, 2025

덧없고 아름다운 2, 60×40cm, pigment print 2025

덧없고 아름다운 3, 60×40cm, pigment print, 2025

작가

정옥영

작품세계

이번 작업은 색 면 추상을 통해 내면에 자리한 감정을 시각 언어로 드러낸 작품이다.도시의 건물과 풍경을 사진으로 기록한 뒤, 그것을 색으로 단순화하는 과정에서 작업은 시작된다. 대상을 제거하고 색만 남기는 순간,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 이미지가 나의 마음을 건드리는 지점에서 비로소 색 면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진다.
색의 선택 또한 감각적인 순간에 의해 결정된다. 사진 위에 색을 얹는 과정에서 마음을 울리는 색을 만나게 되고, 그 색이 곧 화면의 중심이 된다. 벽이 지닌 상징 중에서도 ‘영역성’과 ‘장소성’에 주목했다. 우리는 살아가며 오해와 좌절을 경험하고, 반복되는 감정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마음의 벽을 쌓는다. 그 벽은 내면에 구석진 공간을 만들고, 때로는 우리를 고립시키고 우울하게 한다. 그러나 인간은 혼자 있을 때 비로소 자신을 마주할 수 있다고 한다. 복잡한 외부로부터 벗어나 혼자만의 방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고독은 단절이 아니라,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지나온 시간보다 남은 시간이 더 짧게 느껴지는 삶의 단계에서, 우리는 수많은 회한과 감정을 품고 살아간다. 이제는 손에 움켜쥐고 놓지 못했던 감정들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지기를 바란다. 이 작품이 잠시나마 혼자만의 공간이 되어, 마음의 벽 너머 또 다른 공간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약력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다. 나의 내재된 감정의 표출 작업으로 사진을 시작했다. 2023년 첫 개인전 <기억속의 기억> (디지털전시, 빛이든 공간)을 사작으로 2025년 <내가 은빛날개를 가졌을 때>로 개인전과 초대전을 하였고, 2024년 리멤버 포토 제주사진전. 2019년, 2022년 PASA FESTIVAL 디지털 전시 등 기획전과 그룹전에 참여해 왔다. 현재 한국여성사진가협회의(KOWPA)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색체와 조형미를 기반으로 주제의 의미화를 위해 현대사진에서 자주 사용하고 있는 콜라주를 이용하여 사진을 재구성하는 방법으로 이야기를 표현하고 있다.

정옥영, Byond the Wall #08, 180x110cm, Pigment Print, 2023 (2)

정옥영, Byond the Wall #08, 180x110cm, Pigment Print, 2023

초대전 2.
흑백의 품, 유채색의 방백

전시 개요
  • 기획: 곽풍영, 권은경
  • 참여작가: 김경수, 문선희
  • 일시: 2026.04.24.(금)~05.07(목) / 월요일 휴관. 화~일: 11:00~18:00
  • 장소: 에프갤러리 (전주시 완산구 공북1길16)
전시 서문

안식의 그늘과 화려한 무대: 존재를 증명하는 두 가지 시선

우리는 매일 두 개의 세계를 오갑니다. 신발을 벗고 들어서는 고요한 내면의 방과, 타인의 시선이라는 조명 아래 분주히 움직이는 외부의 무대입니다. 이번 전시 <흑백의 품, 유채색의 방백>은 이 양극단의 세계를 카메라라는 렌즈로 포착해낸 두 작가의 기록입니다. 문선희의 카메라는 안(內)을 향합니다. <나의 사랑, 나의 가족>은 가정이라는 가장 내밀한 우주에서 발효된 일상을 흑백의 필름에 담았습니다. 기교 섞인 연출 대신, 엄마라는 이름의 시선으로 길어 올린 찰나들은 작가가 직접 인화한 은염 인화지 위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색채를 덜어낸 자리에는 오직 빛과 그림자의 농담만이 남아, 우리를 근원적인 안식처인 ‘품’으로 안내합니다. 그것은 거창한 예술적 수사가 아니라, 살아있는 존재가 서로를 보듬는 가장 정직한 사랑의 기록입니다. 반면, 김경수의 카메라는 밖(外)을 향합니다. <꼭두각시>라는 제목 아래 펼쳐지는 강렬한 유채색의 세계는 우리가 사회라는 거대한 극장에서 수행하는 ‘배역’을 상징합니다. 정교하게 연출된 메이킹 사진 속 인물들은 화려한 색채에 포위되어 있지만, 그 눈빛은 어딘가 공허합니다. 이는 인형의 몸을 빌려 건네는 서늘한 ‘방백(Aside)’입니다. 타인의 의지에 의해 움직이는 꼭두각시처럼, 화려한 색채 뒤에 숨겨진 현대인의 소외와 주체 상실의 슬픔을 화려한 역설로 증명해 보입니다. 프랑스의 철학자 롤랑 바르트는 사진을 가리켜 "그것은 존재했었다(Ca-a-ete)"라는 증명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선희가 포착한 '흑백의 품'이 우리가 돌아가야 할 영혼의 고향을 증명한다면, 김경수가 연출한 '유채색의 방백'은 우리가 견뎌내야 할 현실의 무게를 증명합니다. 무채색의 고요와 유채색의 소음이 교차하는 이 공간에서, 여러분은 존재의 두 얼굴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포근한 그늘 아래서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화려한 무대 위로 나아갈 용기를 얻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작가

김경수

작품세계

꼭두각시 Marionette
어둠 속에서 숨을 고른 뒤 셔터를 누르고, 손에 든 작은 빛으로 무대 위를 천천히 그려나간다. 빛이 닿는 순간마다 색은 감정이 되고, 장면은 지나온 시간의 단면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이 작업은 쉼 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했던 젊은 시절을 되돌아보는 과정에서 시작되었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던 나는 스스로 삶을 움직이는 주체라 믿었지만, 어느 순간 보이지 않는 흐름 속에서 반복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화려한 색으로 채워진 인형은 사회 속에서 맡아온 수많은 역할과 기대의 모습이며, 그 뒤에 남아 있는 고요한 존재는 아무에게도 드러나지 않았던 또 다른 나이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선택하며 살아간다고 믿지만, 때로는 관계와 구조 속에서 조용히 움직여지는 존재이기도 하다. 꼭두각시는 개인의 기억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초상이 된다. 빛으로 그려낸 이 장면들은 지나온 시간과 스스로를 다시 마주하기 위한 하나의 기록이다.

약력

김경수는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현대사진가로, 피규어와 무대설치, 라이트 페인팅, 다중노출 기법을 활용해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왔다. 2013년 갤러리 이즈 개인전을 시작으로, 2015년 중국 핑야오국제사진축전, 2017년 「꼭두각시」, 2019년 「아바타」, 2024년 「아바타 II」 등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유럽·미국·중국 등지의 국제사진전에 초대되어 한국 현대사진의 새로운 지평을 넓혔다. 2019년 한국카메라박물관 ‘올해의 사진가’로 선정되었고, 2025년 Beyond The Screen Festival에서 Honorable Mention을 수상하는 등 국내외에서 인정받았다. 그의 사진집 『Avatar』, 『Marionette』, 『The Starry Night』은 시각예술의 상상력과 철학적 성찰을 담아내며 사진기록 이상의 세계를 보여준다. 김경수의 사진은 ‘또 다른 나’를 탐구하는 시각적 자서전이자,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철학적 사유의 장이다.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작은 피규어 하나에 무수한 세계를 투영해왔으며, 성인이 된 이후에도 사진이라는 매개를 통해 그 세계를 확장시켜 가고 있다.

Kim, Kyungsoo_Marionette #07_Digital C-Print_50x75cm_2017

Kim, Kyungsoo_Marionette #34_Digital C-Print_87.5x120cm_2017

Kim, Kyungsoo_Marionette #52_Digital C-Print_40x60cm_2017

작가

문선희

작품세계

〈나의 사랑, 나의 가족〉
2002년, 둘째 아들이 태어나며 나는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동시에 ‘다운증후군’이라는 세상의 시선을 먼저 마주해야 했습니다. 앞날에 대한 두려움이 가슴을 채웠던 날도 있었지만, 아이는 그 어떤 설명도 필요 없이 그저 웃고 울며 사랑을 갈구했습니다. 나는 내 아이가 동정의 대상이나 극복의 상징으로 비춰지길 원치 않았습니다. 그저 우리 가족의 소중한 일원으로서의 존재 자체를 남기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화려한 색채 대신 디지털이 아닌 흑백 필름을 선택했습니다. 색을 지우고 빛과 그림자만 남긴 채, 암실 어둠 속에서 천천히 인화지에 드러나는 가족의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그 기다림의 과정은 내 안의 두려움이 사랑으로 치유되는 시간과 닮아 있었습니다.
이 기록에는 특별한 사건이나 극적인 장면은 없습니다. 욕조에서 아이를 안은 아버지의 손, 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평범한 하루가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나는 믿습니다. 사랑은 가장 평범한 순간에 가장 깊이 존재한다는 것을요. 이 전시는 장애가 아닌 ‘가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 가족은 힘들었지만 불행하지 않았고, 걱정하면서도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 기록이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위로가, 누군가에게는 편견을 내려놓고 자신의 가족을 더 깊이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약력

문선희 사진가는 대상을 관조하는 깊이 있는 시선으로 일상의 찰나와 문화유산의 정신성을 기록해 온 예술가이다. 1999년 전북예술회관에서 열린 개인전 ‘내가 바라본 석불’을 통해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 그는 석불이 지닌 침묵의 미학을 독자적인 미감으로 담아내며 화단과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작가는 서울, 전주, 포항 등 국내 주요 도시를 기반으로 ‘일상’ 시리즈를 포함한 다수의 기획전에 참여하며 꾸준히 작업 세계를 확장해 왔다. 특히 2018년 이탈리아 피렌체 국제사진전 출품을 기점으로 밀라노 노비리구레, 스페인 아스투리아스 국제사진전 등 유럽 무대에서 한국 사진 예술의 저력을 알리는 국제적 교류에 앞장서 왔다. 최근에는 ‘전북의 유산 기록 프로젝트’와 전주국제사진제 특별전을 통해 지역 공동체의 역사와 유산을 기록하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으며, 2025년 서울 노들섬에서 열린 ‘포토페스타 2025’에 참여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문선희의 작업은 시간의 흐름 속에 박제된 유산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평범한 일상을 예술적 기록으로 승화시키는 데 그 핵심이 있다.

Moon Sun-hee_My Love My Family_Gelatin silver print_20.3 × 25.4cm__2002 (1)

Moon Sun-hee_My Love My Family_Gelatin silver print_20.3 × 25.4cm_2002 (2)

Moon Sun-hee_My Love My Family_Gelatin silver print_20.3 × 25.4cm_2002 (3)

초대전 3.
불완전한 불안

전시 개요
  • 기획: 차진현
  • 참여작가: 강호석, 고성, 곽동경, 김승구, 이손
  • 일시: 2026.04.24.(금)~ 05.07.(목) / 휴관 없음: 10:30~18:30
  • 장소: 이당미술관 (군산시 구영6길108)
전시 서문

전시 〈불완전한 불안〉은 완성으로 수렴하려는 서사적 관습에 균열을 내고, 지속적이며 불완전한 상태를 미학적 출발점으로 삼아, 우리가 일상에서 의식 혹은 무의식적으로 축적해온 감정의 층 위들을 드러낸다.
강효석의 사진은 가장 사적인 영역—잠—을 통해 사회적 흔적이 어떻게 개인의 무의식에 스며드는 지를 보며, 잠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현실의 균열이 드러나는 순간임을 말한다. 곽동경의 사진은 강원도 정선 일대의 풍경을 기록하며 욕망과 실패가 남긴 흔적을 포착한다. 정선의 카지노 주변에서 찍힌 장소들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반복된 기대와 좌절의 시간적 퇴적물이다. 사진은 개인의 선택을 넘어선 사회적 설계로서의 불안을 가리킨다—한탕의 꿈이 식은 자리에서 여전히 서 있는 사람들과 공간의 표정이 이를 증언한다. 고성의 작업은 죽음과 상실에서 출발한다. 가족을 잃은 경험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호명하며, 상실이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를 규정하는 지속적인 힘임을 드러낸다. 사라짐은 내부를 점유하고, 그 점유의 방식은 곧 불안의 근원으로서 작품 전반에 잔향으로 남는다. 김승구는 군중의 표면 아래를 응시한다. 유원지와 행사장에서 공유되는 즐거움의 언어는 집합적 표정으로 포장되지만, 그의 시선은 그 안에 숨은 불안정한 균형과 공허를 드러낸다. 반복되는 소비와 여가의 서사 속에서 표류하는 주체들은 즐거움이라는 형식으로 감춰진 결핍의 윤곽을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이손은 삶의 터전인 제주를 떠나 낯선 도시를 떠도는 경험을 다소 시적언어로 풀어낸다. 익숙함의 소거는 단순한 향수 이상의 감각적 균열을 낳는다. 장소와 함께 형성된 정체성이 흔들리는 순간, 이동은 곧 존재론적 불안으로 전이된다.
이 전시는 불안을 제거하거나 정복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불안의 불완전함, 끝나지 않는 재현 가능성, 그리고 시간과 장소 속에서 형태를 바꾸며 증식하는 성질을 드러내는 데 주목한다. 다섯 작가의 서로 다른 결은 충돌하고 교차하면서 동시대인의 내면 지형을 다층적으로 새긴다. 이 작업들은 감정의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 대신 묻는다—우리는 불안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그 공존 속에서 무엇을 보게 될 것인가.
전시가 내미는 답은 명확하지 않다.

작가

강호석

작품세계

불안한 잠 프로젝트
내가 속한 사회와 시대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부추기고 있다. 소비든 생산이든 지식이든 멈추는 자는 죽은 자처럼 취급 받고,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린다.
잠자기 직전까지도 작은 기기를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강제적으로 연결되어 서로의 삶을 들여다보게 되고, 여행과 휴식 마저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애쓰게 된다.
'제자리에 있기 위해서 끊임없이 뛰어야 한다'는 붉은 여왕의 달리기 가설은 지금 시대를 잘 말해준다. 경쟁은 우리를 바삐 하고 잘게 해주었다는 말에 동의하는 편이지만, 그러한 삶의 방식이 내면까지 침투한 지금, 진정한 편안함과 행복의 의미는 희미하게 변해가고 있다.
과도한 경쟁과 비교 속에서 해방되고자 한다.
내면의 평화를 찾는 과정은 자신을 돌아보고, 소중한 순간을 느끼며, 타인과의 관계에서 진정한 지지를 찾는 것으로 삶을 재편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불안한 잠 프로젝트의 탐구를 통해 이 불안한 물결 속에서도 잃어버린 인식을 다시 찾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약력

강호석은 거대 서사와 사회적 담론 속에서 소외된 개인의 심리와 본연의 자아를 탐구하는 사진작가이다. 일상적인 도시의 도상들을 내밀한 시선으로 포착하며, 끝없는 경쟁과 초연결 사회 속 현대인이 겪는 실존적 불안을 사진 매체로 기록해왔다. 외부의 기준에 휩쓸리기보다 무의식적 감응에 의해 발견되는 순간들에 주목하며, 가장 사적이고 내향적인 경험이 동시대를 관통하는 보편적인 텍스트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2021년 런던 파인아트 포토그래피 어워드(FAPA) 스트리트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고, 2015년 서울 뉴욕 포토 페스티벌에 입선하였으며, 2023년 부산 우수문화예술지원사업 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현재 부산을 기반으로 《불안한 잠 프로젝트》 등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통해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꽁꽁 얼어있는 냇가에서 잠듦_Pigment Print on Canvas_80X120_2025

도시가 보이는 바위에서 잠듦_Pigment Print on Canvas_80X120_2024

바람부는 강가에서 잠듦_Pigment Print on Canvas_80X120_2024

작가

고 성

작품세계

그림자들 헤아리다 지문이 거멓다
가족의 임종 곁에서, 생과 사의 경계가 얼마나 불분명한지를 몸으로 알았다. 세계에는 장막이 있고, 충격은 그것을 잠시 걷어올린다. 균열이 생긴 자리로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무언가가 새어 들어왔다.
교묘히 죽음을 가리는 도시를 떠나, 인적 드문 야산들을 여러 해에 걸쳐 찾아다녔다. 서리 내린 새벽, 작은 생명들이 모두 흙으로 돌아간 자리. 숲의 몸짓과 온도, 소리와 기운, 어둠과 습기는 나를 현생도 내세도 아닌, 누군가는 연옥이라 부르고 누군가는 바르도라고 부르는 그곳으로 데려갔다.
사라져버린 존재들이 왜 이리 생생히 현현하는지 알지 못했다. 부재감이 역설적으로 대상을 더욱 또렷이 느끼게 했다. 보려고 해야만 보이고, 들으려고 해야만 들리는 것들. 의심과 짐작들로, 남아 있는 그림자들을 사진으로 담았다. 물리적 장소가 영성적 위치로 전환되는 순간, 존재는 한없이 연약하고 임시적이라는 걸 알게 된다. 이 작업은 앞으로 내가 마음에 안고 살아가야 할 질문이 무엇이어야 할지 헤아리는 과정이 되었다.

약력

고성은 의식과 가시적 세계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사진작가이다. 풍경에 대한 지속적인 응시를 통해 존재의 연약함, 부재로써 드러나는 현존, 그리고 선형적 질서에 저항하는 시간의 감각을 담아왔다. 자연을 스펙터클로 다루기보다, "보려고 해야만 보이고, 들으려고 해야만 들리는 것들"에 주목하며, 물리적 장소가 영성적 위치로 전환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드러내고 있다. 2018년 KT&G 상상마당 올해의 작가(SKOPF)로 선정, 2014년 필라델피아미술관 Women's Committee Prize를 수상하였고, 작품들은 필라델피아 미술관, 아르헨티나 국립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사진학 석사학위(MFA)를 취득했다.

고성_구도자_Pigment Print on Washi_67x100_2019

고성_그림자_Pigment Print on Washi_67x100_2019

고성_오르다_Pigment Print on Washi_67x100_2019

고성_타다_Pigment Print on Washi_67x100_2019

작가

곽동경

작품세계

SLOT
석탄산업이 무너지자 정부는 카지노를 비롯한 관광산업에 베팅을 했다. 지역민의 생계가 나아지지 않자 콤프 (comp)라는 제도를 통해 베팅의 베팅을 했다. 그마저도 실패하니 지역민들은 콤프깡에 베팅을 했다. 화폐라는 믿음으로 공동체는 만들어질 수 있지만, 화폐는 공동체를 파괴하는 가장 큰 무기이다.
산업의 몰락은 신화를 낳고, 신화가 벗겨지면 자본이 보인다. 이 순번이 매겨진 식민 국가는 이미 예정된 실패를 계속해서 유예시키는 방식으로 명맥을 유지하는 중이다. 사실, 산업이 이동한다는 것은 노동의 이동, 그리고 고통의 이동만 의미할 뿐이다.
누군가가 단시간에 잭팟을 터뜨렸다는 카지노의 그럴듯한 신화와 이미 신화처럼 규정된 관광지의 이미지를 확인 하는 관광객의 수동적인 시선이 어디가 다른가? 산업과 관광, 욕망과 신화. 카지노는 그 사이에 끼어있다.
우리에게 저장버튼은 없기에 지금의 위치를 기억해야만 한다. 원래 사진은 무언가를 덮기 위해 생겨났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이제 어떤 베팅으로 여기 빈 슬롯을 채울 것인가. 확률의 신은 과거를 따라잡지 못한다.
실패가 성공이 되는 게임. 거기에 베팅하세요. 그럼, 행운을 빕니다

약력

1988년 부산 출생,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
곽동경은 근대와 현대를 통과하면서 주류에서 탈락한 역사와 그 과정에서 드러난 굴절된 욕망을 시각화한다. 그는 이분법적 질서가 만들어내는 틈의 간격을 좁히거나 벌리는 작업을 통해 긴장의 한복판에 서는 방식을 모색해왔다. 사진 매체의 한계를 작업의 원동력으로 전환하는 그는 '덜 보이는 것'과 '덜 고조된 상태'의 감각을 구성하며, 선명하지만 포착되지 않는 역설을 통해 동시대 사회의 숨겨진 구조를 드러낸다. 최근에는 폐광 지역이 관광지로 전환되는 과정을 추적하며 산업 전환기의 욕망과 교환 구조를 탐구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교각과 폐차광고지, 정선군 사북읍, 2024, 피그먼트 프린트, 100×125cm

하이원 그랜드호텔 메인타워 스탠다드룸, 정선군 사북읍, 2022, 피그먼트 프린트, 100×125cm

하이원 리조트 언덕 주차장, 정선군 사북읍, 2022, 피그먼트 프린트 100×125cm

작가

김승구

작품세계

Better Days
한국은 지난 40년간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긴 노동 시간과 짧은 휴가라는 사회적 모순이 존재한다. 장거리 여행이 어려운 사람들은 주말이나 짧은 연휴를 이용해 도심 주변 축제 나 지역 명소를 찾는다. 계절마다 변하는 풍경 속에서 물놀이, 낚시, 눈썰매 등을 즐기며 가족, 친구, 연 인과 시간을 보낸다. 이러한 장면은 멀리서 보면 하나의 집단으로 드러난다.
이 같은 여가 형태는 ‘실용주의’와 ‘공동체 지향적 개인주의’라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이는 전통적 집단주 의와 달리 정서적 유대와 자발적 참여를 바탕으로 하며, 오랜 시간 쌓인 한국 사회의 공동체적 가치가 기반이 된다.
이 작업은 일상적 여가가 어떻게 집단적 풍경으로 확장되는지를 관찰한다. 프레임 안에 모인 개별 순간 들이 다층적인 관계를 형성하며 배열되고, 이는 동시대 한국 사회의 정서적 풍경과 한국 특유의 ‘공존의 질서’를 드러낸다.

약력

김승구는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진작가이다. 그는 익숙한 일상의 장면 속에 스며든 낯선 요소들을 시각적으로 균형 있게 구성하며, 현대 삶의 복잡성과 긴장을 탐구한다. 도시, 교외, 여가, 기후 등의 주제를 중심으로 전통과 현대, 정신적 가치와 물질적 욕망이 교차하고 변화하는 방식을 살핀다.
그는 시카고의 필터 스페이스(2019)와 뉴욕의 코리아 소사이어티(2019)를 포함하여 10여 회의 개인전과 애리조나의 크리에이티브 사진 센터, 뉴욕의 포토그래피스카와 애퍼처 갤러리, 휴스턴의 포토페스트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하였으며, 제13회 일우사진상 출판 부문, 라이프 프레이머 사진상 최우수상, 제11회 KT&G 상상마당 한국사진가 지원프로그램 최종 작가로 선정되었다. 그의 작품은 시카고 현대사진미술관(MoCP), 모스크바 푸시킨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Fireworks Festival, 2018, 100x80(cm), pigment print

Ice Fishing, 2014, 100x80(cm), pigment print

Royal Azalea Hill, 2019, 100x80(cm), pigment print

Swimming Pool, 2016, 100x80(cm), pigment print

작가

이 손

작품세계

1-1. 나는 어떤 현수막을 자주 마주쳤다. 실종된 딸을 찾는 현수막이었다. 그 현수막은 도시 이곳저곳에 있어 하루에도 그걸 몇 번씩 보곤 했다. 처음 그 현수막을 보았을 무렵, 나는 가족을 떠나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집을 떠나, 전화번호를 바꾸고. 내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는지. 그들은 알 수 없고. 그들이 어디에 있을지, 무엇을 할지. 나는 가끔 예상하는. 그런 삶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그 삶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 작업을 시작했다. 계속해서 마주하는. 딸을 찾아달라는 현수막을 찍기 시작했다. 그는 내가 태어날 무렵 실종된 사람이었다. 내가 살아온 시간만큼 그의 가족은 그를 찾아왔다. 현수막에는 그의 사진이 두 장 붙어있다. 항상 같은 사진이다. 이 현수막을 만들기 위해, 그의 가족은 이 사진들을 찾았을 것이다. 그것들을 따라다니며 촬영했다. 처음에는 현수막이 여기저기에 걸린 풍경들을 촬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이 현수막이 걸려있는 주변 장소들을 촬영했다. 가능한 사람이 없는 시간에. 이 현수막들을 붙이러 지나갔을 거리에서 눈에 들어오는 것들을 촬영했다. 그러다 어느 주소에 이르렀다. 현수막에 적혀있는 주소. 그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버스, 그 버스가 지나는 마을에 이르렀다. 그 마을은 황무지가 되어있었다. 나무는 잘려나가고, 땅은 사막 같았다. 그 풍경을 보며, 이 마을을 매달 보름달이 뜨는 밤마다 찾아오겠다. 이 현수막에 대한 반응을 이곳에서 마무리하겠다 생각했다. 계절이 바뀌며 새로 풀이 자라나기도 하고 새로운 언덕이 생겼다 사라지기도 하는 그 마을에서.
1-2. 상상 속에서 나는 어느 외딴 해변의 등대지기이다. 해변을 산책하다 나는 어떤 유리병을 주었다. 병에 담긴 편지에는,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 적혀있었다. 다만 그것은 고통스럽고 애절하게 느껴졌다. 그 병은 몇 년이 지나도록 계속해서 파도에 떠밀려왔다. 내가 이 편지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무엇이라도 답장을 해야겠다. 내가 이것에서 읽어낼 수 있는 고통에 대해서, 답을 해야겠다. 이 답장이 편지를 쓴 이에게 돌아갈 수 있을지. 그가 이 답장을 이해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렇게 해야겠다 생각한다. 등대지기는 답장을 써 해변에 띄운다.
2-1. 섬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사실 섬은 낯선 곳이라 돌아간다는 표현은 이상하다.) 가족에게 돌아가기로 했다. 섬으로 돌아가는 것을 죽음이라 여기고 어떻게든 그것을 피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이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 도망쳐 나온 곳으로 다시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 나를 반쯤 죽은 사람 취급하는 섬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 이 섬에서 다시 도망쳐 나가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섬에 있는 동안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온전히 죽은 것도 죽지 않은 것도 아닌 상태에 대해 어떻게 말할 수 있을지.
2-2. 이 섬에서 더는 그 현수막을 마주칠 일이 없다. 차를 몰아 그 마을에 갈 수도 없다. 그렇다고 이 사진-답장에 마침표를 찍었다고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답장을 마무리하려 한다면. 그 마지막 지점에 나는 이 답장에 대한 이유를 밝히고 싶었다. 왜 그것에 반응하고자 했는지. 무엇이 나를 밤의 거리에서 떠돌게 하였는지. 이 작업을 시작하게 했던 가장 처음의 이유인, 나의 고통에 연결 짓고 싶었다. 제주는 이 마무리를 위해서 적합한 장소였다. 현수막은 없지만, 떠나온 가족이 있는 섬. 반복해서 돌아오라고 호소 받던 섬. 거리에 온전히 혼자 남겨진 것 같은 시간.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내던 장소들이 모습을 감추고 가로등 빛 혹은 달빛에 의해 아주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내는 밤의 시간으로 돌아갔다. 어둠 속에서 눈을 끄는 어떤 이상한 빛과 풍경들, 필름에 빛이 쌓여 현실의 것과는 다른 모습으로 드러나는 장면들, 아무것도 말하고 있지 않지만 거기에 부재와 상실의 감각을 입힐 수 있는 사물들을 찾아 헤매었다.

약력

이 손은 타자화되는 특정 개인 혹은 집단이 추구하는 이상을 연구하고, 그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발생하는 고통의 주변에서 미술의 언어로 다룰 수 있고 전달할 수 있는 지점들을 찾고 조율한다. 시간과 파편들을 주요 매체로 활용하며 ‘제14회 KT&G SKOPF’, 보스토크 프레스의 ‘Docking’ 등 공모 프로그램에 선정되었고 (2024, KT&G 상상마당 홍대 갤러리), (2023, the willow), <동화와 변주> (2023, TINC), <낯선 정원에서> (2022, 00의 00) 등의 여러 전시와 퍼포먼스에 참여했다.

까마귀, 2023, 40x50(cm), digital pigment print

함성, 2020, 120x150(cm), digital pigment print

초대전 4.
마리서사 초대전

작가

Lee Jeounghee

장소

군산 독립책방 마리서사
주소: 전북특별자치도 군산시 구영5길 21-26/T:063-445-7364

작품세계

Her Story
-내 고통의 끝자락에 문이 하나 있었어-

세계와 인간 사이에 위대한 여성들이 있다.
도전은 비범한 것이다. 비범한 에너지와 집중력 없이는 결코 새로운 길을 만들어갈 수 없다. 그 비범함은 안락함 속에서는 만날 수 없다. 그녀들은 다른 세계를 살았다. 그들의 여정이 위대함에 이른 것은 영혼의 자유를 위한 끝없는 갈망, 생의 신비를 찾아가는 헌신과 열정 때문이었을까 싶다. 불운했던 까미유 클로델과 버지니아울프, 러시아 혁명기의 마흐마또바, 그리고 나혜석과 전혜린과 최승자. 그들이 나와 100년 남짓한 사이에 살아갔던 한 시대의 증인이라는 것에 목이 멘다. 스스로 불꽃이 되어 무겁고 어두운 시대의 문을 열어나간 그들의 위대한 여정을 올려본다. 루이스 글뤽은 시의 메타포를 빌려 이렇게 고백한다.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 똑같은 빛을 필요로 하지 않아요, 우리 중 일부는 우리 자신의 빛으로 만들어요, 아무도 다닐 수 없는 좁은 길 같은 은빛 이파리, 어둠 속 커다란 단풍나무들 아래 얕은 은빛 호수.”

2-2. Her Story- Installation with 8 women3 30x24cm.pigment print.

Lee Jeounghee, her story1(Variationt of Camille Claudel’s potrait),30x24cm,pigment print on Hahnemühle, 2022

Lee Jeounghee, her story1(Variationt of Choi Seung-ja’s potrait),30x24cm,pigment print on Hahnemühle, 2022

Lee Jeounghee, her story1(Variationt of Na Hye-seok’s potrait),30x24cm,pigment print on Hahnemühle, 2022

초대전 5.
밝은 방

전시 개요
  • 기획 : 이정은
  • 참여작가 : 강진형, 김나연, 김규리, 김미진, 김선화, 민진근, 박미례, 안성열, 양준영, 이미경, 이상범(운랑), 이승훈, 이영, 이정미, 장영진, 조혜중, 하숙임, 황승희, 황임규, 황진이
  • 일시: 2026.04.24.(금)~ 05.07(목)
  • 장소 : 전북예술회관 1F 기스락, 2F 미리내
전시 서문

State of Mind: 내면의 지형도
“State of Mind; 내면의 지형도”는 사진 작업의 본질이 단순한 외부 세계의 재현을 넘어, 작가 내면에서 축적된 성찰과 감각의 층위(Layer)로부터 비롯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사진은 더 이상 현실을 기록하는 도구에 머무르지 않고, 감정과 기억, 무의식의 파편들이 교차하며 형성된 하나의 심리적 지형으로 확장된다.
이번 전시는 사진 작업을 통해 드러나는 사진가 각자의 정서적 궤적을 따라가며, 그것이 어떻게 고유한 시각적 지형을 형성하는지를 탐구하고자 한다. 작가들은 포트레이트, 기획 사진, 스냅, 풍경, 추상, 콜라주 등 다양한 형식과 접근 방식을 통해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고, 때로는 충돌하며, 때로는 응시하는 과정을 이미지로 구축해낸다. 이 과정에서 생성된 ‘심상의 풍경’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감각과 감정이 응축된 하나의 상태(State)로서 화면 위에 드러난다.
이처럼 서로 다른 시선과 방법론을 지닌 20인의 사진가들이 구축한 내면의 지형은 하나의 고정된 서사로 수렴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균열과 중첩, 충돌과 공명 속에서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감각의 지도에 가깝다. 각자의 작업은 개인적인 사유에서 출발하지만, 그 심상의 파편들은 관람자의 경험과 기억에 맞닿으며 또 다른 의미의 층위를 형성한다.
“State of Mind; 내면의 지형도”는 결국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보는 것’과 ‘느끼는 것’, ‘드러내는 것’ 사이의 간극과 과정을 탐색하는 시도이자, 타인의 내면을 경유해 자신의 감각을 재사유하게 만드는 장이다. 이 전시를 통해 관람자는 이미지 너머에 잠재된 감정의 결을 따라가며, 각자의 내면에 존재하는 또 다른 풍경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작가

강진형

작품세계

심(心), Unfolding Awareness
어린 시절 어머니의 무릎을 베고 듣던 불경 소리는 내 존재의 가장 깊은 층위를 깨운 최초의 울림 이었다. 그 소리는 단순한 음향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가 세계와 처음 접속하던 원형적 기억이자 시간의 흐름을 잠시 멈추게 하는 고요한 장(場) 이었다.
우연히 마주한 오래된 마애불은 그 아득한 기억을 현실 로 다시 열어젖히며, 나를 어머니의 포근한 품과 영적 잔상으로 이끄는 존재론적 문이 되었다. 세월과 자연을 온전히 받아들여 하나의 생명체처럼 서 있는 그 형상은, 인간의 유한함과 숭고한 염원이 응축된 거대한 철학적 기록이다. 바위에 새겨진 풍화의 상처는 시간의 힘을 드러내는 동시에, 인류가 이어온 의지와 영원을 향한 갈망을 품고 있다.
그 앞에 머무는 이들의 모습에서 나는 시대를 초월한 인간의 근원적 형상,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영적 원초를 발견한다.
‘심(心), Unfolding Awareness’는 이러한 천 년의 침묵과 돌의 기억을 현대적으로 다시 호명하는 시도이다. 이는 단순히 옛 형상을 재현하는 작업이 아니라, 사라져가는 존재의 의미를 다시 밝히고, 그 위엄과 아름다움을 동시대의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탐구이다. 돌 속에 새겨진 간절함이 어떻게 역사의 격랑을 넘어 오늘까지 살아남은 영원한 형상이 되었는지, 그 침묵의 울림 속에서 인류가 쌓아온 가장 숭고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한다.

강진형_화순 운주사 마애불_pigment print_96x210cm_2024

작가

김나연

작품세계

홀로 마시는 소주 한 잔
두 분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누구나 결국 고아가 된다. 그러고 보니, 어느덧 나 역시 고아가 되었다.
이 작업은 그 이후의 시간, 남겨진 삶 속에서 스스로를 바라보며 떠오른 질문들과 함께한다. 부모님이 아끼고 보살펴 준 만큼 그 기대에 부응하고 살아왔는지, 혹은 내 멋대로 산 것은 아닌지, 나는 바람직한 남편이었는지, 그리고 내 아이들에게 어떤 아빠로 기억될 것인지에 대한 물음들이다. 이 질문들에서 뚜렷한 답을 기대한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질문은 나의 일상에 반복적으로 살아있다.
하늘을 향한 낮은 카메라의 시선은 나를 둘러싼 공간과 나 자신을 향하고 있다. 그 안에서 나는 한 개인으로 현재와 관계 속에서 나를 마주한다. 이미지 속에는 특별한 사건이 있지 않지만, 일상에서 늘 지나는 하늘과 공기를 담고 있고, 그 순간 가졌던 생각과 말로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을 조용히 함축하고 있다.
그러니 이 작업은 어떤 결론을 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매일 같은 질문을 던지며 살아가는 쳇바퀴 도는 일상에 대한 기록이며, 그 질문에 언젠가는 부응하고 싶은 바람, 혹은 조용한 결심 같은 것이다. 질문은 사진은 여전히 일상의 가장 사소한 순간을 떠돈다.
내일 점심은, 누구와 소주 한 잔 할까.

김나연_홀로 마시는 소주 한 잔

작가

김규리

작품세계

만날 수 없는 곳에서 마주치지도 못할 시간을 기다리다
삶 속에서 무엇을 바라보고 남기며 살아야 하는지 생각한다. 이런 고민들은 오랜 시간을 견딘 자연을 보며 배우기도 한다. 힘든 사회 속에서 고요한 장소를 찾아가는 이유는 어쩌면 비어버린 마음을 자연에서 발견한 버팀의 시간으로 채우려는 치유가 아닐까. <만날 수 없는 곳에서, 마주치지도 못할 시간을 기다리다>는 흘러버린 시간동안 무엇을 담고 있을지 모를 장소의 기억을 남아내는 작업이다.
작업은 실재하는 장소에서 출발한다. 오래된 기와지붕, 전통 건축 양식의 붉은 기둥, 낮은 나무 담장과 같은 구체적인 풍경은 처음에는 단순한 기록처럼 보인다. 그러나 곧이어 등장하는 까치와 백마를 통해 현실과 상상이 동시에 깃든, 낯설지만 익숙한 장면을 만든다. 그것은 우리가 한때 머물렀지만 이제는 더 이상 닿을 수 없는 장소, 혹은 언젠가 닿을 것만 같았지만 끝내 이어지지 못한 순간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기억과 상상의 조각을 마주하며 떠나온 공간보다 더 깊고 넓은 침묵을 품은 곳을 찾아 갈구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시간과 공간의 규열 속에서 길을 잃기도 하지만, 간혹 그 안에서 새로운 길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 작업을 통해 나는 결코 마주치지 못했지만 오래 기다려온 시간들, 잃어버린 기억과 아직 도래하지 않은 순간들을 불러내고자 한다.

김규리_Untitled#1_원단프린트_2600x1270

작가

김미진

작품세계

DESIRE
내가 촬영하고 그린 이미지 속에는 눈에 보이는 형태 너머로 오래전부터 자리한 욕망의 흔적이 담겨 있다. 그것은 거창한 의미나 극적인 감정이라기보다, 아직 말로 표현되지 않은 작은 바람과 아쉬움, 마음 깊은 곳에서 천천히 흔들리며 남아 있던 미세한 떨림 같은 것이다.
때로는 잊었다고 생각한 감정들이 선이나 색의 틈새에서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고, 입술이나 시선, 피부 결 같은 신체의 단편과 빛의 그림자 속으로 스며 올라온다. 이러한 순간들은 내가 인식하기 전의 나, 무의식의 흔적이 조용히 드러나는 지점이다.
욕망은 한 번의 감정으로 끝나지 않는다. 충족과 결핍 사이를 오가며 나라는 존재를 계속 변화시키고 다시 만들곤 한다. 그래서 이 이미지들은 단순히 감정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나로 이어져 왔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구조나 단면에 가깝다.
나는 화면 위의 흔적들을 따라 내면과 현실 사이의 틈을 천천히 잇고자 하지만, 그 아래엔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열기와 흔들림이 여전히 남아 있다.
결국 이 작업은 과거를 고백하는 일이라기보다, 지금의 나를 다시 들여다보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과정이다. 내가 어떤 감정을 품고 살아왔는지, 또 어떤 존재가 되어가고 있는지를 조용히 묻는 길 위에 놓여 있다. 이 작품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이야기이기 전에, 먼저 나 자신에게 건네는 솔직하고 깊은 기록이다.

김미진_Desire #2 _빛나는 것들을 향한 손길__Pigment print on cotton paper_100X67cm_2025

작가

김선화

작품세계

시간이 머무는 풍경
한국의 사찰과 석탑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시간을 축적한 공간이다. 그 곳에는 수 백년, 때로는 천 년을 넘어선 시간이 층층이 쌓여 있다. 비바람과 눈보라에 풍화되고 수많은 역사를 간직하며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시간의 기록이다.
나는 이 오래된 구조물 앞에서 시간이 남긴 흔적과 침묵의 깊이를 바라보았다. 눈 덮인 설악산 자락에서 고요하고 당당히 서 있는 진전사지석탑. 안개 낀 숲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하남동사지탑과 담양오층석탑. 감나무 사이로 멀리 보이는 보원사지석탑.
강한 염원을 담아 탑신에 새긴 조각은 세월에 닳아 무뎌져 예리함을 잃고 강한 빛에서만 비로소 형체를 짐작하게 한다. 이것은 더 이상 하나의 유물이 아니고 풍경이 되고 종교가 되어 오랜 세월 우리 정신과 함께 존재해 왔다.
나는 그 침묵의 풍경 앞에 서서 잠시 멈춘 시간의 결을 기록했다. 이 작업은 단순히 불교문화유산을 기록하는 일이라기보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들어 온 시간의 층을 바라보는 일이며, 그 오래된 시간의 호흡을 흑백의 풍경 속에 담담히 담아내고자 했다.

김선화_하남동사지 (보물)

작가

민진근

작품세계

소울여행(疏鬱旅行)
바람처럼 물처럼

언제는 바람처럼 물처럼 살고 싶었다
누군가의 바람이 되고 물이 되어
그의 존재가 드러날 수 있게
그렇게 되어주고 싶었다

이제는 내가 바람과 물을 만나
무엇이 되고 싶다
나에게 바람과 물을 만나게 해 주고 싶다

나의 모습이 온전히 드러날 수 있는
바람과 물을 만나고 싶다

내가 나의 누군가가 되어 주고 싶다
내가 나의 바람과 물이 되고 싶다

민진근_오상아(吾喪我)

작가

박미례

작품세계


우리는 유한한 인간의 삶 속에서 수없이 많은 인연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이 작업은 그러한 관계의 소중함을 오랜시간을 견디고 축적해온 사물들로 표현해보고자 한 시도이다. 돌, 나무, 지의류와 같은 존재들은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시간을 품은 흔적이자 축적된 오랜 시간 그 자체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맺는 관계와 만남은 결코 순간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아주 오랜시간동안 수많은 조건과 관계에 의해 이루어진 필연같은 것이다. ‘겁’이라는 주제는 인간의 유한한 삶을 넘어서는 시간을 상기시키며 관계와 인연의 깊이를 생각하게 한다.
나는 오래된 사물들의 물성과 흔적을 통해, 우리가 맺고 잇는 관계 또한 이와 같이 깊은 시간적 의미를 바탕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은유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우리가 맺고 있는 인연의 소중함을 생각하고, 순간 스치는 시간속에서도 의미를 발견하고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박미례_겁

작가

안성열

작품세계

나는 이유 없이 미안해졌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속도로를 달리던 날, 나는 오래전 실크로드가 지나갔을 자리를 지나고 있었다. 말이 오가던 길의 건너편 산, 이제는 자동차가 지나간다. 해발 2,000미터에서 4,500미터까지, 숨이 가빠지는 고도를 SUV로 올라가며 나는 점점 낯선 세계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핸드폰의 고도계는 4,400미터에서 멈추었지만, 내가 서 있던 곳은 그보다 더 높은 곳이었다. 눈앞에 펼쳐진 산들은 7,000미터를 넘고 있었다. 그곳에는 나무가 없었다. 생명이 사라진 자리에는 투박한 바위와, 부서져 모래처럼 흩어진 돌들이 층을 이루고 있었다. 아주 드물게, 잡초 몇 포기만이 바람에 버티고 있었다. 그 풍경 앞에서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문득, 저것이 “지구의 속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평소에 보고 살아가는 세계는, 어쩌면 너무 많은 것이 덧 칠 된 표면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자신이 이 땅의 주인인 것처럼, 편리와 효율이라는 이름 아래 ‘현대’라는 층을 계속해서 입혀왔다. 그 사실이 그곳에서는 유난히 또렷하게 느껴졌다.
나는 이유 없이 미안해졌다. 지구에게, 그리고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지나쳐온 시간과 풍경에게. 여행 내내 가슴 한쪽이 눌린 듯 무거웠고, 그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인간이 만든 예술은 분명 아름답다. 나 역시 그것을 믿고 작업해왔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나는 자연이 만들어낸 형태와 시간의 깊이를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인간은 과연 어디까지 닿을 수 있는가? 우리는 무엇을 만들고, 무엇을 덮고 있는가? 나의 사진은 이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동시에 지구의 표면과 그 아래의 세계, 인간이 만든 것과 만들어지지 않은 것 사이에서 느꼈던 감정과 흔들림을, 나의 방식으로 붙잡아보려는 시도이다.

안성열_나는 이유 없이 미안해졌다

작가

양준영

작품세계

겨울 나그네
나의 작업은 ‘이방인’이라는 자각에서 시작된다. 흑과 백으로 절제된 화면 속에서 눈(Snow)은 모든 색을 지워버리는 망각의 장치이자, 동시에 작은 흔적조차 예민하게 드러내는 기록의 매질(Medium)이 된다.
빛은 비스듬히 낮게 깔리며 그림자를 길게 드리운다. 실체는 연약하나 그 그림자는 비정상적으로 무겁다. 이것은 자아보다 더 커져 버린 고독의 무게에 대한 시각적 은유다. 카메라를 든 행위는 이 시린 고독 속에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그 고통스러운 감각을 통해 역설적으로 생(生)의 활력을 확인하는 의식(Ritual)이다.
나의 사진은 풍경화가 아니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마음의 지형도를 그려나가는 방랑자의 일기다. 나는 화려한 도심의 조명 대신 차가운 눈 위에 남겨진 불규칙한 흔적을 쫓는다. 렌즈를 통해 마주하는 것은 풍경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본질적으로 안고 사는 ‘근원적 고독’이다. 눈 위에 흩어진 발자국은 어디로 향해야 할지 모르는 방랑자의 혼란을 상징하며, 낮은 각도로 스며든 겨울 햇살은 피사체의 그림자를 실체보다 더 무겁고 길게 늘어뜨린다. 그 짙은 검은색은 방랑자가 짊어진 슬픔의 무게를 대변한다.
카메라를 들고 눈 덮인 들판을 헤맬 때, 나는 비로소 이방인으로 왔다가 이방인으로 떠나는 진정한 나 자신과 조우한다. 폐부를 찌르는 차가운 공기는 고통인 동시에, 내가 지금 이곳에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유일한 감각이다. 이 기록들은 단순히 추운 계절의 포착이 아니다. 내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시린 고독의 방’을 하나씩 열어젖히는 과정이다.
떠나야만 하는 자의 뒷모습은 언제나 쓸쓸하지만, 그 걸음이 멈추지 않는 한 나의 방랑은 계속될 것이다.

양준영_Winterreise

작가

이미경

작품세계

The Psychology Museum – 심리박물관(心理博物館)
<심리박물관>은 일상의 사물을 오브제로 제작·설치하고, 이를 사진으로 기록한 작업이다. 익숙한 사물을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며 전유(appropriation)의 과정을 통해 기억과 무의식, 잠재의식을 탐색한다.
일상의 사물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개인의 삶과 정서를 품은 상징적 존재다. 손길이 남은 물건은 시간의 흔적을 머금고 과거의 따뜻한 기억을 소환한다.
석고는 ‘형태는 남기되 본래의 물성을 잃는’ 재료다. 이 특성은 사회 속에서 변모하며 정체성을 형성해가는 인간의 삶을 은유한다. 석고로 치환된 사물들은 원래의 색과 질감을 잃었지만, 백색의 표면 속에 감정의 잔향이 스며 있다. 예를 들어, 한 관객은 석고 병을 “화나는 말을 담고 싶다”며 ‘화병(ㅎ·ㅂ·0·2·2)’이라 명명했다. 이처럼 사물에 개인의 기억을 투사하는 순간, 사물은 새로운 서사와 정체성을 얻는다. 유물 번호처럼 새겨진 초성 기호들은 관객이 각자의 상상과 기억을 투영하도록 이끄는 단서다.
<심리박물관>은 사물을 매개로 기억과 감정을 환기하며, 타인과 정서적으로 연결되는 하나의 심리적 공간을 제안한다. 사물은 본래의 맥락을 벗어나 다시 살아나고, 흩어진 기억들은 새로운 감정의 서사로 이어진다.

이미경_Chueog Bottali_Achival Pigment Print_80cmx57.14cm_2022

작가

이상범 (운랑)

작품세계

길위의 동행
저는 끊임없이 길을 걸으며 길 위의 사소한 풍경들이 
내게 특별히 다가설때 사진을 담는 일상의 사진가입니다.
나무를 통해 나를 바라보고 나무는 제 삶을 관통합니다.
가을이 지고, 겨울이 드러나고 ,드디어 가지만 남은 나무는
모든 것에 거짓이 없는 상태의 존재가 됩니다.
어둠이 내린 암흑의 순간에도 무수한 빗속에도
제게는 셔터를 누를 수 밖에 없는 시간들이
기억의 잔상이며,지나간 계절의 흔적이며
아직 오지 않은 불안한 잠식을 견디는 몸이 나무입니다.

바람에 흔들이는 가지 위의 새,
구름 아래 검게 잠긴 산,
그림자 속에 빛이 스민 나무들은
말없이 존재하며 끊임없이 내게 말합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해석하지 않으며 바라만보며
그저 프레임 안에 담아 두게만 됩니다.

제게 나무는 나의 거울이며
함께 길을 사유하는 동행입니다.

이상범(운랑)_길 위의 동행

작가

이승훈

작품세계

닮은 세상
‘묘지’ 라는 공간을 통해 보이지 않는 감정의 구조를 탐색한다. 여행을 떠날 때마다 반복적으로 찾게 되는 두 장소가 있다. 시장과 묘지. 하나는 현재의 삶이 집약된 공간이라면, 다른 하나는 삶 이후의 시간이 머무는 장소다. 이 상반된 두 공간 사이에서, 나는 인간 존재의 연속성을 체감한다.
일본의 묘지는 숲과 맞닿아 있으며, 이끼와 나무, 흙의 질감 속에 스며든 시간성을 보여준다. 물가에 빼곡히 세워진 나무 표식들은 기억이 흘러가듯 이어지고, 돌로 이루어진 묘역은 조용하지만 단단한 질서를 형성한다. 미국과 프랑스의 묘지는 넓게 펼쳐진 잔디와 조각적인 묘비들로 구성되어, 마치 하나의 공원 혹은 야외 미술관처럼 느껴진다. 서로 다른 형태와 상징을 지닌 묘비들은 각자의 삶을 드러내는 조형 언어로 존재한다.
이러한 풍경 속에서 나는 묘지를 ‘죽음의 공간’이 아니라, 또 하나의 ‘사회적 구조’로 인식하게 된다. 일정한 간격과 배치, 반복되는 형식과 그 속의 차이들은 살아있는 세계의 질서와 닮아 있다. 정지된 공간이지만, 그 안에는 관계와 기억, 문화가 여전히 흐르고 있다.
이 작업은 죽음을 기록하기보다, 죽음을 통해 드러나는 내면의 풍경을 바라보는 시도이다. 서로 다른 문화권의 묘지들은 각기 다른 형태를 지니고 있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고요함과 질서는 결국 하나의 감각으로 수렴된다. 나는 그 조용한 공간에서, 살아있는 나 자신의 감정과 기억, 그리고 존재의 위치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

이승훈_닮은 세상

작가

이 영

작품세계

어두운 것은 검게, 검은 것은 빛나게 (Luminous Black)
시각적 경험에 대한 깊은 관심은 나를 사진이라는 매체로 이끌었다. 카메라는 렌즈를 통해 빛을 포착하고, 그 빛으로 구성된 또 하나의 세계를 생성한다. 나는 변화하는 빛의 순간들을 수집하며, 그것이 만들어내는 이미지의 가능성을 탐구해왔다.
이 과정에서 관심은 대상에서 빛 그 자체로 이동하였다. 빛은 단순히 대상을 드러내는 수단이 아니라, 감각과 인식을 형성하는 근원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어두운 것은 검게, 검은 것은 빛나게’에서 나는 빛을 발하는 광원을 검은 색으로 치환한다. 검게 발광하는 이미지들은 물리적 빛의 부재가 아닌, 내면에서 지속되는 감각의 흔적을 드러낸다. 원래 그 자리가 밝은 빛의 자리였기에 상처와 고통 속에서도 존재하는 희망에 대한 시각적 은유이다.

이영_Luminous Black

작가

이정미

작품세계

틈을 바라보고, 틈을 넘어가다 - Beyond the Gap
현대인의 삶은 타인과의 촘촘한 관계와 도시의 소음 속에 박제되어 있다. 우리는 소외되지 않으려 분주히 움직이며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하려 애쓰지만, 그 소란함이 끝난 자리에는 어김없이 채워지지 않는 고독이 남는다. 나는 바쁜 일상 속에 가려진 이 '필연적 고독'에 주목한다.
수년간 도시를 배회하는 경계의 길 위에서 마주한 막막한 고독감은 나에게 단순한 물리적 거리를 넘어, 존재의 본질을 투영하는 정서적 궤적이 되었다. 나는 이 고독을 회피하는 대신, 비로소 자신과 온전히 대면할 수 있는 성찰의 ‘틈’으로 재해석하여 사진적 언어로 기록해 왔다.
작업은 두 가지 시각적 축으로 흐른다. 하나는 차갑고 건조한 도시의 단면을 스트레이트 기법으로 포착하여 고립의 풍경을 대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공간 속에서 사회적 가면을 벗어던진 인물의 내밀한 표정을 정밀하게 담아내는 것이다. 홀로 남겨진 인물의 정적인 응시는 도시의 풍경과 심리적 접점을 형성하며, 소란함에 가려져 있던 존재 본연의 가치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인위적인 가공을 배제하고 대상과 공간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나의 작업은, 역설적으로 고립의 시간 속에서 길어 올린 삶에 대한 뜨거운 애착을 증명한다. 절제된 톤과 밀도 높은 구성으로 구현된 이미지는 허무의 끝에서 발견한 회복과 희망의 단서들이다.
이 기록이 관객 각자의 내면에 존재하는 심연을 응시하게 하고, 그 경계의 ‘틈’을 넘어 삶의 또 다른 의미를 재발견하는 숭고한 여정으로 마주하기를 바란다.

이정미_Beyond the Gap

작가

장영진

작품세계

FROM THE FOREST – 숲으로부터
몇년 전 태풍에 쓰러진 나무 위로 새싹이 돋아나고 버섯이 올라오고 있었다. 죽어서도 다양한 생명들의 터전이 되어주고 있었다. 숲은 하나의 생명이 끝나는 곳에서 새로운 생명이 다시 시작되는 곳이었다. 숲에 들면 그동안 놓치고 지나왔던 수많은 이야기가 보인다. 시들고 썩는 일, 다시 싹 트고 꽃 피우는 일, 함께 얽혀 있지만 끈질긴 생명력으로 버텨내는 일...공존하며 조화를 이루는 숲의 서사를 마주하게 된다.
작업의 시작은 바닷가에서 발견한 작은 나뭇가지가 ‘원래의 숲으로 돌아간다면’이란 상상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숲의 언어’를 하얀 말을 통해 교감하고 느끼는 시간이었다. 자연의 세계와 교류하는 신성한 동물로서의 하얀 말은 인간의 삶과 멀지 않으면서도 신성함을 잃지 않는다. 먼 거리를 달려 우리가 닿고 싶었던 곳으로 데려다 주었던 말을 인간과 자연을 잇고 숲의 언어를 전해주는 중간자로 선택하였다. ‘숲의 말(Horse of the Forest)’이 ‘숲의 말(Words of the Forest)’을 느끼고 전해주는 역할을 한다.
대자연의 순환과 서사는 우리들의 삶을 위로하고 지탱해준다. 자연에 기대지 않은 삶을 상상할 수 없듯 숲의 생명과 순환의 이야기를 이 작업을 통해 전하고 싶었다. 숲이 되고 말이 되어 소리 없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 빛이 드는 나무들 사이 때론 자연이 만들어 낸 동굴과 대자연의 풀밭, 깊은 숲 호수에 비친 물그림자 속의 숲을 응시했다. 물아일체(物我一體)가 되어 숲의 밝음과 어두움을 경험하고 그전에 느끼지 못했던 자연의 숨결과 소리에 집중하고자 했다. 삶과 죽음, 대자연의 순환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 낸 슬픈 역사까지도 품으며 숲은 살아 숨 쉰다.
누군가의 삶이 끝나는 곳에서 새 생명이 다시 시작되는 숲은 결코 시들지 않는다. 숲이 늘 우리들에게 많은 것들을 허락했듯이 더 가까이 다가가 숲의 말을 들어볼 수 있기를 바란다. 만약 어느 숲에 이르러 그 숲의 말에 귀 기울일 수 있다면 함께 숲이 될 수 있으리라.

장영진_From the Forest #005_Archival Pigment print_60.5 × 85.5cm_2024

작가

조혜중

작품세계

我(나)
익숙한 일상 공간속에서 흐르는 시간의 미묘한 층위를 탐구하는 것은 존재와 기억, 시간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입니다. 일상은 단순한 반복의 배경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가 겹쳐져 쌓인 시간의 서사이며, 공간 속에 깃든 시간의 숨결은 고정된 순간이 아닌 지속적이고 유동적인 흐름으로 존재합니다.
이 흐름 속에서 우리는 특정 순간을 포착하는 것을 넘어, 시간의 연속성과 공간에 남겨진 흔적들이 만들어 내는 다층적 의미를 마주합니다. 일상의 무심한 기억들이 삶의 본질에 내재한 불확실성과 우연성처럼 자연스럽고 섬세하게 드러나, 관객으로 하여금 존재와 시간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따라서 이 작업은 시간과 공간속에 스며든 삶의 다층적 의미와 기억의 흔적을 탐색하며, 관람자가 그 안에서 내면의 빛과 그림자를 마주하고 심연 깊이 성찰할 수 있도록 이끄는 예술적 여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조혜중_我(나)12 식탁

작가

하숙임

작품세계

오늘 내 나무가 미웠습니다
봄기운 자욱한 따스함에
연두색 여린 싹들이 가지 끝마다 몽글몽글 귀여워
나는 오늘 내 나무가 미웠습니다.

낮은 언덕을 타고 벌써 초록 가득 실은 아침 햇살이
서로 안고 있던 작은 잎들을 조심스레 펼쳐 놓아
나는 오늘 내 나무가 너무도 미웠습니다.

한낮의 진초록 무성한 잎줄기에 햇살이 심어놓은 하얀 점들은
열어놓은 문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는데
나는 오늘 서럽도록 내 나무가 미웠습니다.

내 집, 그 자리에서
무성한 잎들만 거느린 채
아무것도 보여 주지 않는
내 나무가 야속해
나는 오늘 내 나무가 원망스러웠습니다.

그토록 오래
알 듯 모를 듯 몸짓만 할 뿐
그 어떤 것도 말하지 않는 내 나무가
너무도 얄미워서 오늘은 내가 돌아섰습니다.

하숙임_오늘 내 나무가 미웠습니다

작가

황승희

작품세계

Fantasia – 찬란한 감각의 랩소디
빛이 풍경을 지나며 색으로 변하는 순간 풍경은 감각으로 피어난다. 그리고 빛과 색은 그 감각의 랩소디를 연주한다.
나는 대상을 발견할 때 이미 그 안에 존재하는 색의 분위기를 먼저 느낀다. 미묘한 색은 충돌하고 섞이며 하나의 감각적인 공간을 만든다. 카메라가 포착한 사진은 자연의 표면을 담아낸 듯하지만, 그보다는 자연을 앞에 둔 시간 속에서 떠올랐던 감정의 흔적이다.
자연과 인간이 만든 환경은 서로 분리된 세계가 아니라 같은 시간 속에 겹쳐진 장면이다. 부딪히고 융합하며 강한 에너지를 만든 세계 앞에서 나의 내면은 어떠한 감정의 형태로 반응한다. 그래서 사진 속 풍경은 설명보다 느낌으로 기억과 여백을 남긴다. 그리고 이미지 속 여백은 단순히 빈 공간이 아니라, 관람자의 감각이 머무르는 자리이기를 바란다.
이미지들은 함께 놓이는 순간 하나의 흐름을 만들며 마치 음악 선율처럼 이어진다. 작업은 그렇게 모인 빛과 색이 만들어 낸 감각이 랩소디를 연주하는 찬란한 순간이다.

황승희_Fantasia - 찬란한 감각의 랩소디

작가

황임규

작품세계

風磬 _ 풍 경
“바람이 불면 맑은 풍경(風磬) 소리가 들린다. 바람이 멈추지 않는 한 그 소리는 계속된다.”
건축가이자 사진가인 황임규 작가가 우리 전통 건축의 ‘비움’에서 시작되어 도달한 ‘도가적 비움’의 풍경(風磬)소리 시리즈는 현실의 모습 너머 존재하는 마음의 풍경(風景)을 사진으로 소개한 작업이다.
바람에 이리 저리 흔들리는 풀과 나무들, 멀리 보이는 산등성이와 시간이 정지된 듯 고요하고 적막한 자연의 풍경들, 그가 제시하는 풍경을 통해 마음 속 울림을 경험하게 되고 침묵의 대자연 앞에 겸손해지는 자신과 세계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아르페지오의 풍경(風磬) 소리는 바람이 부는 한 그치지 않는다.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풍경의 소리로 넘쳐난다. 사람들이 울림이 있는 풍경(風景)에 깊이 빠지는 이유는 자연의 모습을 통해 내면을 바라보고 마음속에서 울리는 무언가를 경험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진은 현실의 풍경을 기록으로 남기지만 황임규는 그 소리에 귀 기울인다. 항상 겸허한 마음으로, 자연의 모습처럼 맑고 바르게 깨어있는 풍경소리로 명상과 사유의 시간을 나누고자 한다.

황임규_풍경 (風 磬) 03_90cmx67cm_2023

작가

황진이

작품세계

남겨진 시간의 초상
모든 것이 떠난 자리에는 정적만이 남는 것은 아니다.
그곳에는 머물렀던 시간의 온기와, 미처 사라지지 않은 흔적들이 겹겹이 남아 있다.

나는 한때 누군가의 일상이었으나 지금은 홀로 남겨진 사물과 공간을 바라본다.
의자 하나, 벽을 스치는 빛, 오래된 표면들.
그것들은 더 이상 사용되지 않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며 시간을 지나고 있다.

이 작업은 사라진 것에 대한 기록이라기보다,
떠난 이후에도 남아 있는 것들에 대한 시선이다.

어둠 속에서 스며드는 빛은 어떤 부재를 드러내고,
그 부재는 오히려 더 선명한 존재의 감각을 불러온다.

사물들은 침묵하고 있지만,
그 침묵은 비어 있지 않다.
그 안에는 함께했던 시간의 결이 남아 있고,
지워지지 않는 어떤 기운이 머물러 있다.

나는 이 장면들을 통해 묻는다.
떠난다는 것은 끝나는 일인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남는 일인가.

각자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어떤 자리를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
보이지 않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시간,
그리고 그 시간을 조용히 견디고 있는 것들에 대하여.

황진이_남겨진 시간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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