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전 사진의 자리, 마음의 좌표 2024 제17회 전주국제사진제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본전시 주제전 ᅠ

‘사진의 자리, 마음의 좌표 (The space of the photography, the coordinates of the mind)’

예술감독 - 박형근/ 서브 예술감독, 매니지먼트 - 박인서

전주 국제사진제는 매년 새로운 전시주제와 작가를 선정, 발표함으로써 동시대의 주요 현안과 상황에 대한 유의미한 논점을 제시하고 있다. 2024년 제17회 전주 국제사진제의 주제는 ‘사진의 자리, 마음의 좌표(The space of the photography, the coordinates of the mind)’로 AI 생성 이미지, 혼합 현실, 메타버스 등 디지털 기반 시지각 환경에서 사진과 인간사회가 맺어왔던 관계에 주목한다. 디지털 이미지 생산 기술의 발전은 전통적인 사진의 자리를 위협하는 한편, 디지털 프로그램의 획일성에서 벗어난 정신, 감성, 슬픔 등 흔히 마음의 영역이라 불리는 개념들을 다원화한다.

평평한 사진에 공간이 있다면 마음은 어디에 머무를 수 있을까? 디지털 알고리즘의 세계에 마음의 공간이 존재할 수 없다는 관점이 지배적이다. 몸은 구체적으로 공간을 차지하는 반면 마음은 어딘가에 흩어져 있어서 장소를 특정하기 어렵다. 서양의 몸과 마음의 이원론처럼 사진과 마음의 이원론적 견해는 기계적 재현 이미지와 유기체적 정신(soul)의 차이만큼이나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인공기술은 비인간성의 표상 혹은 극단적으로는 문명의 위험 요소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와 유사한 관점에서 디지털 기반 이미지도 사회, 예술의 영역에서 가능성이자 위협으로 다뤄진다. 인간의 능력을 초과하는 기술에 대한 우려의 이면에는 변화와 기대감이 숨어있다. 사진은 발명 이래로 이미지 제작 기술의 재생산 체계를 통해 무한히 확장, 변형되고 있다. 어쩌면 그동안 우리는 사진을 마치 유기체와 같이 숨 쉬고(anima) 생식하며 에너지를 생산하는 개체로 믿어왔던 것은 아닌지. 뇌의 신경 세포 간의 연결 회로, 커넥톰(connectome)처럼 마음은 사진 전체에 스며들 수도 있다. 사진의 자리는, 마음 안에 있었다. 사진이라는 빛의 소산, 이미지는 마음의 방(心房)에 맺혔던 빛의 현시일 수 있다. 마음의 온기가 차단된 수동적 지지체가 아니라 행위를 수행하는 에이전트(agent)를 말한다.

‘사진의 자리’는 이미지 활용에 따른 매체의 가변적 영역이다. 사진은 단순히 연결하고 소통하는 매체에 머물지 않고 추상적, 비물리적 영역으로의 확장을 모색해 왔다. 그것은 곧 마음의 자리를 뜻하며, 스스로 모양을 갖추지 않는다. ‘마음의 좌표’는 기계와 인간의 관계를 지시하는 메타포로서 사진의 기능과 실천에 대한 인간의 행위와 반응을 함축한다. 디지털 기술과 시지각 환경의 변화는 사진과 마음이 모순적인 가운데 상보적으로 존재했던 상황을 파편화하여 탈각(脫却)시킨다. 바르트의 망막에 맺혔던 사진이라는 존재의 별빛은 이제 프로그램의 방에서 재논의해야 한다.

본전시에 참여하는 7명의 작가는 소수자, 일탈, 광학성, 가상 등등 문제를 이미지로 서술하며 이 세계와의 심리적, 물리적 밀착감을 유지한다. 사랑과 이별, 기억과 부재, 나와 너의 영역은 허약해진 사진의 자리에서 더욱 강렬하게 공명한다. 따라서 ‘사진의 자리, 마음의 좌표’는 사진으로 그려보는 ‘이미지-마음’의 지형도이다. 동시대 탈 매체, 매체 확장성 논의의 중심에 놓인 사진은 내부의 수축력과 외부의 팽창력에 대한 균형을 유지한 채 인간 본연의 자리를 향한 신념의 매듭으로 발현된다.

공원초상[park Portraits]

김옥선의 신작 《Park Portraits》(2019-20) 연작과 《Riverside Portraits》(2019-20) 연작은 각각 대만과 한국의 다문화 가정의 2세들을 찍은 인물 사진 작업이다. ····· 혼혈이라는 타자성은 무엇인가? ····· 이들이 혼혈이라는 사실은 연작의 다른 얼굴들을 보고서야 추론 가능하다. 오직 보이는 것은 얼굴뿐인데 얼굴로도 정체성을 짐작할 수 없다면 우리가 보는 얼굴은 실상 아무것도 지시하지 않는 텅 빈 기호다. 혼혈의 실체 역시 마찬가지다. 엄밀히 말해 순혈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혼혈도 실상 의미가 없는 구분이다. 타자성 역시 동일하다. 자아는 타자 없이 성립되지 못하며 타자는 나와의 관계에서만 발생하는 상대적이고 임시적인 개념이다. “그녀를 보자 당신은 그녀의 삶이 어떤 것이었는지 알게 된다. 어떤 것이었을지 당신은 알게 된다. 당신은 비스듬히 눕고, 당신은 깜박 졸고, 당신은 넘어지고, 당신은 전에 본 적이 있는 것들을 다시 눈앞에 본다. 당신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반복된다. 거기 서 있는 사람은 바로 당신이다. … 당신은 그녀이다. 그녀는 당신을 말한다. 당신은 그녀를 말한다. 그녀는 말하지 못한다.
차학경(김경년 역), 『딕테』 (서울: 어문각, 2004), 118쪽. / Cha, Dictee, p. 106.

Oksun Kim’s 《Park Portraits》 (2019-20) and 《Riverside Portraits》 (2019-20) are a series of photographic portraits of second-generation youths from multiracial families in Taiwan and South Korea. ····· The fact that these latter faces are also “mixed-race” can only be deduced from seeing the other faces in the series. If all that we can see are these faces, and yet the faces do not offer up a clear identity, then the faces we see are in fact empty signifiers, indicating nothing. The same holds for the essence of “mixed race.” Technically speaking, in that there can be no “pure race,” the idea of “mixed race” also lacks meaning. The same can also be said for otherness. The self cannot be constituted without the other, and the idea of the other is a contingent and temporary concept that arises solely in relation to the “I.” “Upon seeing her you know how it was for her. You know how it might have been. You recline, you lapse, you fall, you see before you what you have seen before. Repeated, without your even knowing it. It is you standing there. […] You are she, she speaks you, you speak her, she cannot speak.”

_문혜진 Hye Jin Mun (미술비평)
_김옥선 개인전《공원초상》(2021, 상업화랑) 전시서문 「얼굴로, 그 얼굴, 얼굴」에서 일부 발췌.

작가 소개_김옥선 [Kim Oksun]

김옥선(1967년생)은 여성, 국제결혼 커플, 제주에 거주하는 이방인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왔다. 그의 사진은 중심이 아닌 주변을 돌아보는 시선, 대상으로 향한 시선을 가지며, 미묘한 상황 포착과 절제, 특유의 디테일들을 특징으로 한다. 이 사진들이 발산하는 혼성의 세계는 관객으로 하여금 시선과 감각을 재구성하고 혼성의 삶과 일상을 수용하는 열린 시야를 획득하게 한다. 국립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아뜰리에 에르메스, 성곡미술관 등 국내 미술관과 PS1/MOMA를 비롯하여 첼시, 휴스턴, 산타바바라 미술관, 도쿄도 사진미술관, 대만, 홍콩, 알마티, 부에노스아이레스, 산티아고 등의 미술관에서 전시하였다. 일우사진상, 동강국제사진상, 다음작가상과 세코사진상을 수상하였다.

Oksun Kim (b. 1967) has photographed women, transnational couples, and foreign residents living in Jeju Island. Kim's work is marked by the subtle capturing of situations, restraint, and distinctive details through a gaze at the periphery, rather than the center-a gaze towards the subjects. The diverse world in her photographs urges the viewer to reorganize one's perspective and senses-to open up and embrace life full of diversity. She has been featured at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MMCA), Leeum Museum of Art, Seoul Museum of Art (SeMA), and Atelier Hermès in Korea, as well as overseas art museums such as MoMA PS1 in New York, CCP in Tuson and Tokyo Photographic Art Museum. She has held exhibitions in New York, Houston and Santa Barbara (US), Taiwan, Hong Kong, Almaty, Buenos Aires and Santiago. Kim has been awarded the DongGang Photography Award, Ilwoo Photograph Award, Daum Prize.

노란색스타킹, 검은색 빤스[Yellow stockings, black pants]

사진의 배경은 신주쿠 가부키쵸와 2쵸메 거리다. 일본에서 유학을 했던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의 기록물로, 대부분 토요일 밤에 촬영한 사진이다. 트랜스젠더, 게이, 레즈비언 등 피사체들의 정의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그들의 옷차림과 몸짓, 분위기에 매료되었다. 남성성과 여성성을 함께 간직한 몸에 이유 모를 전율을 느꼈고, 그들의 은밀한 농담과 야릇한 행동이 흥미로웠다. 비밀로 가득한 공간도 나를 유혹했다. 짙은 붉은빛이 퍼지는 지하세계는 호기심을 자극해 그곳으로 발길을 닿게 했다. 한국에서는 결코 경험하지 못한 세계가 그 거리에는 가득했다. 자유’ 혹은 ‘일탈’로 대변되던 그곳에서 그들과 함께 호흡하며 사진찍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 거리에 흐르는 담배, 땀, 위스키 냄새의 기억이 나를 자극한다.

The backgrounds of the photos are Shinjuku Kabukicho (or hostess bars) and Ni-chome (District 2) streets. This is a three-year record from 2010 to 2012 during my study in Japan and most photographs were taken on Saturday nights.
It was not the definition of subjects such as transgender, gay, and lesbian that interested me. It was the dress, gestures, and the mood that fascinated me. The body embodying masculinity and femininity, their secret jokes and freakish behaviors were interesting and made me feel a tremendous excitement. The space filled with secrets also seduced me. The underground world with deep red light stimulated my curiosity to get there. The streets were filled with a world that I have never experienced in Korea. I took photos keeping step with them in the place that was represented as “free” or “deviant”. Even after 10 years, the memory of cigarettes, sweat, and whiskey that flows in the streets still stimulates me.

작가 소개_신희수[Sin Heesoo]

신희수는 서울에서 태어나 광주대학교 사진학과에서 공부했다. 졸업 후, 외국 신문사 ‘아틀라스 프레스’에서 1년 인턴을 하고 일본으로 유학하러 갔다. 도쿄공예대학교 예술학부 연구생 수료 후, 귀국했다. 일본 유학 생활 중 신주쿠 2초메(노란색 스타킹, 검은색 빤스) 사진 작업을 하였으며, 2008년부터 가출 청소년 (네버랜드- 경계의 아이들) 사진 작업을 하고 있다.
사회 소수자들의 삶을 기록하고 있으며, 기존 삶의 프레임에 대한 비판에 대해 말하고 있다. 과연 우리는 ‘인간’에 대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자본에 잠식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하고 있다.

Heesoo Shin was born in Seoul and studied photography at Gwangju National University. After graduation, she interned at Atlas Press, a foreign newspaper, for a year and went to Japan to study. After completing her studies as a researcher at Tokyo National University of Arts and Crafts, she returned home. While studying in Japan, she worked on Shinjuku 2chome (yellow stockings, black shirts) and has been taking pictures of runaway teenagers since 2008.
It records the lives of social minorities and talks about criticism of the existing frame of life. We are asking questions about whether we are living a life of 'human' or a life encroached on capital.

사랑의 다루기 힘든 목소리

이 초상 사진 작업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그의 목소리로 사랑을 말하고 있는 순간을 찍은 것이다. 즉 그가 사랑을 말하고 있는 순간들을 일종의 무대 위에서 올려놓고, 다루기 힘든 그의 사랑의 목소리를 카메라로 찍으려고 했다. 사진은 인화지 위에 떠오른 어떤 표면만을 보여주는 매체이다. 카메라 뒤에서 그의 사랑의 감정이 출현되는 과정을 세밀하게 살피고 그것을 포착하려는 나의 시도는 예고된 실패를 거듭하는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의 이 뉘앙스에서 저 뉘앙스 사이를 헤매며 사랑과 사랑의 말 사이에서 영원히 미끄러지고 있고, 그것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나의 시도 역시 의도된 실패들 속에서 사랑의 다루기 힘든 목소리와 그것의 이미지 사이에서 끊임없이 미끄러질 뿐이다.

작가 소개_안옥현[Ahn Okhyun]

안옥현은 사진과 비디오 작가이다. 홍대 산미대학원에서 사진디자인을 뉴욕 SVA대학원에서 사진과 비디오를 전공했다. 안옥현은  서로 이질적인 전형들 사이를 미묘하게 떠돌면서 불편하고 불확실한 감정들을 표면으로 이끌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서울, 뉴욕, 스톡홀름 등지에서 「사랑에는 이름이 없다」,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본 세상」, 「호모 센티멘털리스」 등  11차례의  개인전과 , 2018년 광주 비엔날레 「상상된 경계들」외에  다수의 주요 그룹전에 참여했다. 쌈지 레지던시(서울), ISCP (International Studio and Curatorial Program, 뉴욕), AIM ( 브롱스뮤지엄, 뉴욕) 레지던시에 참가했고 사진비평상을 수상한바 있다.

아이 메이크[I make]

평면이 된 개인의 경험은 디지털 환경 속을 유영하며 실재하지 않는 환영이 되어 현실 속 주변의 것들을 정확히 바라볼 수 없도록 머릿속을 뒤섞어놓는다. 이윽고 이와 밀착된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에서 매일 수천 장의 이미지가 되어 쏟아진다. 계속되는 경험의 이동은 프레임 안과 밖을 이동하며 어느새 눈앞에 유령처럼 다시 나타난다. 나는 이 환영과 뒤섞인 경험들이 만들어낸 장면을 가상의 공간으로 불러 들여왔다. 상상 속 파편들은 반복되는 일상이 환상처럼 느껴지는 순간에 이미지로 발현되며, 이는 결국 본다는 것에 익숙함을 가장한 ‘사실은’ 허구의 이미지이다.
바라봄의 경험은 프레임 밖으로 자리를 옮겨 낯익은 사물의 물성을 분리하고 변형시켜 각각의 존재감을 드러내 보인다. 그리고 뭉뚱그려져 있던 나의 감각을 무질서하게 흩트려 뜬눈으로 체험했던 수많은 시각적 경험을 보기 좋게 해체한다. ‘I make’는 이 일련의 식별 과정을 거쳐, 디지털 시대의 사진–이미지는 우리가 보고 느끼는 것들의 반복으로 만들어낸 환영일지도 모른다는 시각 인식을 제시한다.

작가 소개_이나현[Lee Nahyun]

이나현은 웹과 일상에서 포착한 장면을 기반으로 기술과 기록 사이의 이미지를 만든다. 2018년 미래작가상을 수상했고, 갤러리퍼플 《Dot to Dot》(2022), 갤러리9.5 《PIXEL GENERATION : PHOTOGRPHIC STUDIES》(2021), 스페이스55 《프로젝트:시차적응》(2021) 등의 기획전에 참여하였다.

고스트 모션[Ghost Motion]

0. 이동이 멈춘 시간, 종종 몸의 경로를 더듬었다. 팬데믹의 뒤엉킨 시공간에서 본 것들은 몸과 눈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마스크 아래의 숨들은 몸에 머물고 있는 잔상을 떠올리게 했다.
1. 눈꺼풀 아래 잔상들이 떠올랐다 가라앉길 반복한다. 정지한 몸은 미세하게 진동하며 몸 기억을 떠올린다. 고스트 모션*. 요가 수련자는 숨에 귀 기울이며 동작을 반복하고, 연주자는 입술을 조그맣게 움직여 박자를 세고, 사진가는 장면과 장면 사이 탈락하는 것들을 붙든다. 몸의 낙차는 기억된 장면과 상상의 장면 사이에서 초점을 맞춘다.
2. 사진의 표면 아래, 보이지 않는 몸짓은 보이지 않는 것들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잔상의 초점, 숨의 경로와 소리의 파동, 맞닿았던 촉각의 감각이 사진의 표면 위로 떠오르고 멀어진다. 멀어지는 장면이 도달한 곳은 어디일까. 사진의 입자들이 다다른 몸과 눈의 좌표는 어디에 위치할까. 고스트 모션은 지나간 것들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다가올 것들의 싱크를 맞추고 사라진다.


* 악보에 표기되지 않은 동작으로, 연주하는 곡의 박자를 맞추기 위해 드러머가 몸의 일부를 일정하게 움직이는 몸짓

작가 소개_이민지[Yi Minji]

본 것과 못 본 것을 찍고 있다. 찍은 것들의 시-차를 가늠하며 단어와 목소리를 붙이기도 한다. 그런 것들을 모아 개인전 《오직 미래만이 과거를 방문한다》(인천아트플랫폼, 2023), 《고스트 모션》(갤러리조선, 2021), 《사이트-래그》(합정지구, 2018)를 열고, 사진책 『그때는 개를 제대로 잘 묻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사월의눈, 2019)를 만들었다. ‘본다는 것’이 어떻게 다른 감각들로, 타자에게로 이어질 수 있을지 묻고 보고자 한다.

비사진적 사례들, 페이스 쇼핑[Unphotographable Cases, Face Shopping]

나는 표면 아래 이질적인 영역을 사진으로 살핀다.  스마트폰 화면을 직접 고배율 촬영하는 방법은 그 중 하나이다. 손가락 끝에서 터치되는 익명의 사람들과 스크린 속에 폭신하게 띄워진 그래픽 조각들이 피사체가 된다. 이진법 숫자들이 화면의 RGB 픽셀로 점멸하며 매일 실감을 드러내지만 나는 아직도 기이함을 느낀다. 표면 아래를 모색하는 다른 방법은 물질화이다. 점멸하는 화면이 아닌 꾸준히 존재하는 형상의 재료는 검색어, 기술은 3d 프린트이다. 특정 검색어가 언급되는 빈도와 강도의 그래프를 조합하고 왜곡해 형상이 되면, PLA 필라멘트 지지체를 부여한다. 이를 다시 사진으로 촬영하는데, 목표는 '스크린처럼 보이기' 이다. 두-웅 띄어진, 사-악 매끈한. 선택된 검색어들은 굳은 표면 아래 유동하는 생각들과 닿아 있다. 엘리트에 대한  생각, 진실에 대한 생각, 능력에 대한 생각. 감각이 흔들리면 생각도 흔들릴까.

작가 소개_정영호[Jeong Youngho]

사진 매체를 바탕으로 작업하는 정영호는 동시대 기계 장치가 세계를 이해하고 감각하는 방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주목한다. 그는 스크린을 경유하는 전자적 경험과 육안을 통한 직접적 경험의 간극에 집중하여 작업하고 있다.
정영호는 2023 금호영아티스트 《Double Retina>(금호미술관, 서울, 2023), Converted and Interpolated>(상업화량 을지로, 서울, 2019), 《Out of Photography(송은 아트큐브, 서울, 2021)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풍경들> (우손갤러리, 대구, 2023),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스위스 파빌리온 《Spaceless> (이이남 스튜디오, 광주, 2023), In finite Interpretations: A Multiplicity of Truths>(빙햄턴 대학교 미술관, 뉴욕, 미국, 2023), 《Spaceless>(주한 스위스 대사관, 서울, 2022), 《inter-face>(페리지갤러리, 서울, 2022), 《Summer Love 2022〉(송은, 서울, 2022), 성곡미술관 2022 오픈콜 《어디에 지금 우리는?>(성곡미술관, 서울, 2022)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제20회 금호영아티스트(2022), 상업화랑 Ex-UP(2021), 송은 아트큐브 전시지원(2020) 등에 선정되었다. 현재는 중앙대학교 강의교수로 일하면서, 2023년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17기 입주 작가로 선정되어 활동 중이다.

도시의 블루스[Urban Blues]

나는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푸른색 플라스틱 화분이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겪은 우리의 삶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의미심장한 오브제라고 생각한다. 식용 채소를 심어 놓은 화분들 그리고 사람들이 이주하며 버려지는 화분들. 그것은 이곳에 정착하거나 정착하지 못한 사람들 모두의 삶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듯하다.
이전에 나는 빈 화분에 동네 이웃들과 함께 꽃을 심는 프로젝트 ‘여기에 꽃을 심어도 될까요?’를 오랜 시간 진행한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대규모 이주가 진행되며 수많은 화분들이 한꺼번에 버려지는 풍경은 나에게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최근 버려지는 푸른색 화분을 수집하는 한편 화분의 표면을 담은 사진과 그림을 제작하고 있다. 그리고 이 푸른 화분, 사진, 그림을 함께 제시하여 만든 푸른색들의 집합(Blues)이 내가 본 삶의 풍경을 재현할 수 있을지 실험하고 있다.

작가 소개_허태원[Heo Taewon]

허태원(b.1976)은 경쟁 세력 간 경합의 결과가 미술적 제스쳐로 나타나는 현상, 그리고 특정 공간의 맥락에 기반한 예술적 실천에 관심을 갖고 삶과 예술을 잇는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프로젝트 대전: 에네르기》비엔날레(2012, 대흥동), 《창원조각비엔날레》(2014, 창동), 《스미다무코지마 엑스포》(2020, 스미다구), 《여수국제미술제》(2022, 여수엑스포전시홀), 《세계유산축전: 불의 숨길》(2022, 제주 세계자연유산구역) 등의 기획전에 참여하였으며, 박수근미술관(2022, 양구), 리버틴 갤러리(2021, LA), 아워바소(2017, 도쿄), 금천예술공장(2011, 서울) 등의 국내외 미술 공간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현재 홍익대학교 회화과의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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