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전 뉴 포트폴리오 2024 제17회 전주국제사진제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뉴 포트폴리오 New Portfolio 2024

Artist_ 김나연, 박지현, 박인서, 신정희, 조재용
기획_ 박형근

제17회 전주국제사진제 New Portfolio 2024는 한국 사진의 미래를 형성하는 5명의 작가를 소개한다. 현재 작품활동을 준비 중인 예비작가 또는 신진작가들의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작가를 선별, 초대하여 새로운 관점과 가능성을 모색한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개인과 사회, 집단, 환경 등의 문제를 적극 탐구하며 사진에 기반한 다양한 실천을 선보인다.

김나연은 <Sensor>에서 일상의 사물에서 환기되는 존재론적 이해에 주목하고 있으며, 신정희의 〈불안 무리〉는 개인과 집단 사이에 내재된 감정과 갈등의 구조를 표면화한다. 조재용은 〈마주할 전경〉과 〈연결, 제거, 연결〉에서 도시 개발로 발생한 감각의 균열이 산과 아파트를 소재로 기술된다. 박지현의 <The track>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경주하는 이들의 열정을 인물사진으로 각인시킨다. 마지막으로 <주인 없는 학교>에서 박인서는 폐교의 내외부를 찾아 학령인구감소, 교육기관 소멸 위기 등의 현안에 접근한다.

작가들은 평면에서 입체에 이르기까지 매체와 기술의 경계를 오가며, 사진을 둘러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간의 대화를 구현한다. 이들의 작업은 작가 개개인이 직면한 정치, 사회적 상황뿐만이 아니라 개인의 서사를 직조하는 과정이며, 사진과 인간이 맺어온 유무형의 관계를 매개하는 사진의 힘을 적극 활용한다.

김나연[Kim Nayeon]

작품명: Sensor

열 번이 넘는 이사를 경험하면서 나를 둘러싼 환경은 점차 열악해져 갔다. 그렇게 마침내 정착한 이곳은 아파트와 학교가 가득했던 기존의 동네와 다른, 생경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Sensor>시리즈는 동네를 향한 나의 차가운 시선을 담고 있다. 셀 수 없이 다닌 길, 벌써 정착한 지 오 년이 훌쩍 넘은 공간, 완벽하게 나의 주변으로 정의할 수 있는 이곳들을 나는 외면하고 있었다. 나는 길을 걸으며 만나는 이 공간들에 어떤 의미나 관계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저 가끔 마주하는 낯선 순간들이 만드는 흥미로운 형태에만 관심을 가졌다.
그러다 문득 이런 나의 시선이 마치 카메라와 닮았음을 느꼈다. 카메라가 단지 그것의 표면만을 기록하는 것처럼 나는 사물과 공간이 만든 장면을 하나의 표면으로 인식하며 얕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나의 시선을 담고자 카메라를 들고 동네를 걸을수록 장면과 나의 관계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주변의 간섭이 사라지며 잘려나간 풍경들은 외면하고 있던 순간의 부분들을 마주하게 했고, 평평하게 눌어붙어 기록된 모습들은 실제의 그것과는 조금 다른 새로운 감각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며 형태를 넘어 또 다른 존재로 다가오고 있다.

작가 이력

김나연은 인간의 몸을 통해 들어오는 감각에 대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동강국제사진제 거리설치전, 동덕아트갤러리 신진작가 공모전, 대구의 수창청춘맨숀 등에서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으며 갤러리 코소에서 개인전 <표면탐>를 진행했다. 현재 일본의 기요사토 포토 아트 뮤지엄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박지현[Park Jihyeon]

작품명: The Track

시대와 공동체의 요구가 있다. 이를테면 학업, 취업, 연애와 결혼, 그리고 노후 대비가 그렇다. 낙관할 수 없는 이 ‘미션(mission)’에서 모두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달리고 있다.
<The Track>은 이러한 사회적 담론을 달리기라는 일상적인 소재로 풀어낸 초상 사진으로, 참여자 스스로 자신의 일상과 대비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인식하는 과정이 녹아있는 퍼포먼스다.
3km 오래 달리기를 마친 직후 가장 숨 차는 순간을 촬영한 사진은 누군가의 평범한 얼굴이지만 이는 곧 우리의 얼굴로서 그 의미를 확장하며 가장 보편적인 인간 외면을 드러낸다.
트랙은 언뜻 무한한 루프(∞)를 연상한다. 선뜻 벗어나기 조심스러운 하얀색 굵은 선에서 자신은 어떤 방식으로 뛰고 있는지, 현실을 어떻게 감각하고 있는지 살피길 바란다.

There are demands of the era and community, such as academic pursuits, employment, love and marriage, and preparation for old age. Everyone is running in their way within this 'mission.
<The Track> is a portrait photograph that interprets these social discourses through the everyday subject of running. It is a performance that layers the laps run on the track, contrasting and reinterpreting them with daily life.
The photograph, taken at the most breathless moment right after completing a 3km long-distance run, may seem like the face of an ordinary person. However, it soon extends its meaning to represent our faces, revealing the most universal aspects of the human exterior.
The track seemingly reminds one of an infinite loop (∞). On the thick white line, where one hesitates to step out quickly, I hope you will reflect on how you run in your way and perceive your daily life.

작가 이력

학력

  • 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졸업 (2013.03~2017.02)
  •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사진·영상전공 (2022.09~)

전시 이력

  • TRANSITION 사진전 (4인전) / KP 갤러리 / 2024.01.05.~2024.01.25

박인서[Park Inseo]

작품명: 주인없는 학교 / Emptiness

아이들의 수가 적어짐에 따라서 많은 학교들은 근처 학교들과 통합 또는 폐교수순을 밟으며 예전에는 한여름의 무서운 이야기에서나 자주 들었던 폐교를 이젠 어렵지 않게 자주 볼 수 있게 되었다. <주인없는 학교>작업은 초등학교에서부터 시작해서 대학교까지 폐교들을 주로 기록하였다. 이미 그 지역의 흉물이 되어버려 음산한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밝고 희망적인 슬로건들, 여기저기 깨진 유리창, 그리고 언제 마지막으로 쓰인지 모르지만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책들 등 대부분의 폐교는 파괴와 보존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느낀 모든 장소를 관통하는 하나의 공통점은 더 이상 그곳에서는 물건과 공간의 보존여부와 관계없이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곳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공간들과 물건들은 학생들이 사용함과 관리함으로써 그 의미와 존재감이 생긴다. 앞으로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을 그것들은 단어 그대로의 무의미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주인이 사라진 것들의 적막함을 표현하고 그 공간들의 예전 모습과 우리 자신이 직접 사용하였던, 아직 잊혀지지 않은 공간들의 미래를 상상하게끔 화두를 던져보고 싶다.

작가 이력

1995년 출생, 서울에서 성장하며 유학을 시작하고 더블린대학교(University College Dublin)에서 경영 매니지먼트과 학사 졸업 이후 사진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되어 전주대학교에서 2024년 2월에 사진학과 석사를 마쳤다. 나는 사람 그 자체와 사회적 현상으로 인해 파생되는 것들에 관심이 많으며, 그것들을 마주하고 사진예술로써 전달하는데에 있어 담담하고 차분하게 표현하려 노력한다. 2024년 1월 「주인없는 학교」로 첫 개인전 및 졸업전시를 가졌다.

신정희[Sin Jeonghui]

작품명: 불안 무리 / Anxiety flock

오브제와 사진 조각들을 모아 작은 연출의 무대를 만들고 재촬영한다. 실제의 오브제와 작은 사진 조각들은 새롭게 초점이 맞춰지고 재조립된다. 여러 장의 사진 조각과 오브제로 만든 작은 무대를 재촬영한 연출 사진은 견고하게 몸집을 불린 개인의 감정들의 형체를 드러내도록 한다. 시리즈<불안 무리_Anxiety flock>는, 작가 본인의 과거 오랜 시간 작은 지역사회에서 살아온 경험에서 시작된다. '서로가 서로를 너무 잘 안다는 단단한 감정적 유대가 비로소 서로를 묶어버리는 쇠사슬처럼 느껴지는 상황' 속 집단의 불안과 개인의 분노에 대해 이야기한다. 과거에 대한 경험은 단지 기억으로 저장된 메모리가 아닌 차갑고 축축했던 감각적 메모리이다. 쉽게 숨어버리는 이러한 감정을 연약한 사진 무대장치로 만들고 재촬영을 통해 스토리텔링을 이어간다. 모든 작업 이미지의 장면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모두가 한때 경험했을 그런 일들을 가리킨다. 미묘하게 뒤틀린 이미지는 일상의 익숙함에 낯섦과 의심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도록 작동한다. <불안 무리>의 차갑고 울렁이는 물은 집단 내에 오랫동안 축척된 깊숙한 곳의 불안과 의구심으로 집단의 내재된 분노와 단절된 경험들을 담고 있다.

작가 이력

신정희는 사회에서 개인에게 주어지는 여러 역할과 그들이 머무는 공간, 그 안에서 형성되는 관계의 지형을 파악하고 다시 재구성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수많은 일상의 사건들(공동체 내의 자기합리화 시도-'개인전《막연한 두려움: 집에 들어왔다(2016)', 점유 공간 분배하기와 같은-'개인전 《두 번째 도착자(2018)》')을 테두리 밖으로 끌어내어 일종의 무대를 만들고 사진을 찍는다. 이를 통해 작가는 아주 사소하고 결핍되기 쉬운 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탐구한다.

중앙대학교 조소학과 졸업 후, 영국의 런던예술대학교 첼시 칼리지 오브 아트(Chelsea College of Arts)의 순수예술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조재용[Cho Jaeyong]

작품명: 마주할 전경 / Facing the Scenery

창 밖으로 늘 보이던 산 하나가 있었다. 나는 언제나 그 산을 바라보며 그날의 날씨를 확인했고,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점을 그 산의 색으로 알아차리곤 했다. 그러다 어느 날, 창문을 열어 습관처럼 산을 바라보려는데 산 앞에 타워크레인 여러 대가 세워져 있었다. 타워크레인이 세워진 이후로 매번 바라볼 때면 두터운 콘크리트 구조물들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불과 1년여만에 창 밖에는 산을 대신하듯이 높은 건물들이 빽옥히 자리잡고 있었다.
이러한 경험은 도시를 단순히 현재의 모습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마주하게 될 고도화된 도시의 모습까지도 함께 상상하게끔 만들었다. 지금은 온전히 보이는 산들도 결국은 높아지는 건물들로 인해 분할되고 가려지게 될 것이기에, 사진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해서 온전한 듯한 그러나 온전치 않은 모습의 전경으로 보여지도록 작업을 전개했다.

때마침 기사 하나가 올라왔다. "고도지구 규제 푼 서울시, ‘건축물 높이 제한’ 경관지구도 완화한다", 서울경제, 2024.03.25

작가 이력

  • 한양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졸업
  •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학과 대학원 과정 수료
  • 뮤지엄한미 창작스튜디오 1기
  • www.chojaey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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