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이미지, 그리고 (망각된) 기억
2013 제6회 전주포토페스티벌 전시감독 정훈
현대사회에서 전쟁은 이미지로 기억되어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오지마에 성조기를 꽂는 순간을 촬영한 조 로젠탈Joe Rosenthal의 사진에서부터 9/11 당시 무너져 내리는 트윈타워의 모습을 담아낸 사진에 이르기까지, 사진에 남겨진 드라마틱하고 충격적인 장면은 전쟁을 정의하고 사회적으로 인식하게 하는 역사적인 순간으로 기억되어 왔다. 이처럼 전쟁과 그에 대한 역사적 기억 사이에는 사진으로 매개되는 전쟁의 도상적 이미지가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도상적인 이미지는 역사의 순간이라는 그 사회적인 위상으로 인해 때때로 전쟁을 겪은 사람들의 살아있는 기억보다도 더 큰 영향력을 지닌 역사적 기억의 주체로 자리잡기도 한다. 이런 경우 사진에 각인된 특정한 순간이 역설적으로 전쟁의 시공간과 그 맥락을 총체적으로 함축하는 이미지로서의 역사가 되어버린다.
본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사진가들은 이러한 전쟁의 역사적 이미지에 가리워진 망각된 기억들을 향해 눈길을 돌린다. 그리고 반복적인 전쟁의 역사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진정한 사회적 맥락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먼저 강용석과 이재갑은 각각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에서 집단학살이라는 잔혹한 사건의 현장에서 잊혀진 사건의 흔적을 담는다. 각각의 작업에서 피해자이자 가해자로 남아 있는 한국인의 존재는 여전히 전쟁의 역사 한가운데에서 이분적으로 나뉘어진 한국사회의 과거사에 대한 시선을 환기시키고 문화적 치유를 위한 일상의 변화를 촉구한다. 인발 애버질은 사진벽화작업은 미국에 산재해있는 전쟁참전을 기념하거나 미군을 추모하는 사실적인 동상들을 촬영한 사진들로 사진벽화작업을 구성한다. 애버질은 사회적 욕망이나 개인적 고통으로 고착화된 군인들의 모습을 조형한 동상들을 클로즈업하여 현대전쟁의 주체로 상징화된 미군의 개별적인 삶의 서사 또한 전쟁의 역사 속에서 상처만을 남긴 채 증발해 버렸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사이먼 노폭은 본 전시가 드러내고자 하는 전쟁과 일상의 기억이라는 관계성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새로운 형식의 다큐멘터리작업을 선보인다. 그는 전쟁이 어떤 명목에서 수행되었건 간에 정의의 실현을 이뤄내기 보다는 자본중심적인 문화의 확장과 제국주의적인 시각성의 고착화를 반복적으로 양산한다는 사실을 130여 년의 간극 속에서 되풀이되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문화적 산물들을 통해 보여준다. 한편 유연중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 참전한 한 미군의 가정을 사진적인 낯선 모습 속에서 담아내는데, 그의 작업은 우리에게 낯설면서도 한편으로 일상에 친숙하게 스며있는 전쟁문화의 흔적들을 전쟁의 트라우마적인 경험으로 인해 자식 갖기를 거부하는 한 미군의 삶 속에서 새로이 인식하게 한다.
영국에서 테러가 발생했던 장소를 촬영한 후 그와 관련한 텍스트를 디지털파일에 삽입하여 디지털이미지가 부분적으로 파괴되게 한 김천수의 작업과 편안한 풍경 사진 속에다 파편적인 조각들과 불안함을 나타내는 텍스트를 함께 콜라주한 앤 치와스키의 작업은 각각 잊혀진 테러에 대한 기억과 미래에 다가올 테러에 대한 불안을 시각적으로 가시화하는데, 이들의 작업은 이미지를 매개로 과거 속에서 미래를 바라보는 우리시대의 단면을 예시한다. 마지막으로 일본 제국주의 시대에 사할린 등으로 강제 이주된 조선인들의 현재 모습을 대형 초상사진으로 작업한 손승현과 히로시마 원폭 당시에 남겨진 파편들을 장시간 노출로 엑스레이 필름에 촬영한 엘린 오하라 슬래빅은 사회적 폭력의 의미로서 전쟁의 맥락을 바라본다. 이들의 작업 속에 남아있는 고향을 등진 채로 늙어간 사람들의 깊은 주름살과 원폭으로 인해 뒤틀린 채로 고정되어버린 오브제들은 폭력 속에서 사라져버린 시간과 사람들의 비가시적인 의미를 분명하게 한다.
이 아홉 명의 작업에서 구체화된 잊혀진 전쟁의 기억들과 그 역사적 맥락은 전시 공간 속에서 다중적인 시선으로 전쟁의 역사를 바라보고 우리의 시각문화가 전쟁의 역사와 어떤 관계성을 갖고 있는지를 재고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전쟁과 이미지, 그리고 기억이라는 복합적인 구도 속에 놓여있는 이들의 작업은 증오와 미움, 그리고 상실과 고통으로 점철된 전쟁의 역사를 뒤로하고 새로운 역사의 흐름을 위해 우리가 인식해야 할 기억 속의 사실들이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역사적 사진이 아닌 살아있는 기억으로서의 사진, 나아가 살아있는 기억을 위한 사진이 본 전시에서 선보이는 사진가들의 작품 속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An-Other’ Image between War and its Memory
Hoon Jung / Direcor of 2013 the 6th Jeonju Photo Festival
For many years, photographic images of war have been seen as a double edged sword. War photographs can bring the war into the public’s attention for social discourse. However, when such images flood the media, they may turn people numb and disinterested and the images would loose social influence.
Whether the war images shock or insensitize the public may be depending on how real people perceive the violence of war as conveyed by photography. Today we use military terms such as “tactic” and “strategy” in everyday life and war narratives are repetitively used as cultural commodity in films and video games. Under these cultural circumstances, wars, like any terrifying situation, can be conceived of as just images, and therefore inherently unreal. Traditionally photography has changed the way we see society by enlightening public consciousness and imprinting indelible images of violent tragedy. Now, war and violent images are so familiar that they become an extension of our daily lives. In order to change this perception of war, a photography that acts as an agent of transformation and change is required.
In commemoration of 2013, of the 60th anniversary of the Korean War’s armistice, the 6th Jeonju Photo Festival provides an exhibition that considers these issues and reawakens our senses through exploring images of war. With terror and violence, it’s possible to push for a shift in photography. There are two main exhibitions: “War, Image, and the (forgotten) Memory” and “On Violence and Memory.” These two shows present photos and memories of war that we have missed or other aspects behind the scene of violence and tragedy, which became just another banal imagery to us.
In “War, Image, and the (forgotten) Memory,” viewers are questioned about and asked to reconsider what we should remember of the cyclical history of war since the 19th century. They demystify this abstract violent imagery and shift the position of these images in people’s memories. More than about victims and perpetrators, there is far more than a simple dichotomy. Viewers are able to see and share the memory of real pain and suffering.
Fred Ritchin, a professor of photography at New York University and a curator, directs “On Violence and Memory.” He presents images, not in the vein of spectacles of brutality but visualizes past (violence) and present (memory) through personal memories that have been lurking behind shadows. For the special exhibition, the 6th Jeonju Photo Festival introduces two artists. First, Martha Rosler, a renowned contemporary artist, has been doing a photomontage work that overlays violent images of the war and conquest with the mundane life in the heart of capitalism. Back, Seung Woo’s work reconstructs images using North Korean propaganda leaflets. He creates an invisible world, which doesn’t really exist. Through his work, he asks whether photography tells the truth, or if it has any objectivity at all. Both Rosler’s and Back’s work concerns war and mundane life and deals with war and memory. All of these spectacular works provides an alternative to traditional form of war images and make the viewers of the 6th Jeonju Photo Festival to ponder.
All other works presenting also raise questions about the role of photography today and how photography shifts between ‘image-war’ and the personal history of memory. Since the 19th century, wars have brought numerous deaths. Obviously this show is not about recalling iconic images of violence and wretchedness. Rather, it points out that we are no longer responsive to war imagery. This show offers other means of connecting war and its memory and opens a new window on how to deal with the ‘image-war’ in a social context. Throughout the show, viewers are able to glimpse the pain and loss from the viewpoint of actors and victims and can feel the reality of war. This 6th Jeonju Photo Festival creates a discussion in photography and brings a new vision of meaning and comprehension to a complex world of conflict.
2013 The 6th Jeonju Photo Festival Seunghwan Park